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급등하면서 LTV발(發) 가계부채 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총액 중 15%(44조원)가량이 LTV 한도를 초과, 대출원금 일부를 즉시 상환해야 하는 위험대출로 분류된 상태다. 만일 집값이 더 떨어진다면 가계 부실이 가속화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5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5개 신도시에서만 담보가치가 급락한 아파트 12만 가구가 쏟아져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판교ㆍ동탄ㆍ김포ㆍ광교ㆍ파주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입주물량은 총 12만2,860가구. 이 중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만34가구가 입주를 마쳤고, 올해부터 2015년까지 4만2,826가구가 입주할 예정. 문제는 이들 지역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분양가나 고점 대비 10~20% 정도 하락했다는 점이다.
2009년 입주를 시작한 판교신도시 아파트(2만1,410가구)의 매매가는 3.3㎡당 2,270만원으로 2010년 9월(2,603만원)에 비해 13%나 떨어졌다. 동탄신도시(2만308가구)와 파주신도시(2만6,238가구)도 5~10%가량 내렸다.
집값이 내려간 만큼 LTV 한도를 초과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실정. 이미 올 들어 5월까지 15조3,0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만기 연장되는 과정에서 LTV 한도 초과 등의 이유로 2,800억원대의 원금 상환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LTV는 주택의 담보가치(가격)를 토대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비율. 서울과 수도권은 50%, 지방은 60%가 적용된다.
입주 예정자들이 LTV 급등에 따른 위험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고 집단민원과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에선 기반시설 부족이나 시공 하자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입주 예정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계약해지 소송은 승소 확률이 낮은 데다, 설령 승소하더라도 중도금 대출에 대한 연체이자 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아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실제 김포신도시 한 아파트는 입주 예정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가구당 평균 2억4,800만원의 중도금 대출을 갚지 않아 현재 2,100만원이 넘는 연체이자가 쌓였다.
전문가들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표면화하는 LTV 위험이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일각에선 담보가치가 급락한 주택의 소유권을 은행이 넘겨 받아 대출자에게 임대해주고, 원래 집주인이 기회가 되면 다시 되살 수 있게 하는 미국의 '바이백 리스'(buy-back lease) 같은 제도를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집값 폭락으로 몸살을 앓은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바이백 리스 제도를 시범 운영해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현행 법령이 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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