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말도 마세요. 요 몇 주가 20년 교도소 생활하며 겪어 본 중 제일 더운 날씨예요. 얼음 생수랑 부채가 제공되니 그나마 버티는 겁니다."
서울남부교도소(구 영등포교도소)에서 20년째 무기수로 수감 중인 정모(53)씨는 3일 올 여름 더위가 단연 최고라고 손꼽았다. 과거 10여명이 한 방에 모여 두 개의 물 양동이로 겨우 열을 식힐 때에 비하면 교도소 시설은 나아졌지만 이번 같은 폭염은 겪어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4년2개월째 같은 교도소에서 생활 중인 이모(37)씨에게도 이번 더위는 최악이다. 그는 "하루 50분인 운동시간을 제외하곤 온종일 감방 안에 있어야 하는 수용자에게 이번 더위는 특별한 배려 없이 견뎌내기 힘든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남부교도소는 최근 폭염이 수용자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7월부터 식단을 조정해 오이미역 냉국과 빙과류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자체 조달한 돈으로 생수 3,000박스를 구입해 냉동한 뒤 수용자에게 주 2~3회 지급하고 있다.
전국 39개 교도소도 대부분 독지가 후원 등을 통해 수용자에게 부채를 지급하고, 실내에서 반바지와 러닝 셔츠 차림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좁은 감방 안에선 상대방이 발산하는 체온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최근 더위는 수용자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남부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자는 일반인과 달리 움직이지도 못하고 폭염을 온전히 감방 안에서 견뎌야 한다"며 "과거엔 더위도 형벌의 일종이라는 관점에서 방치했지만, 교화를 중시하는 현 정책에 따라 가능한 모든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교도소의 경우 여전히 환기도 잘 안 되는 등 폭염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안식 서울남부교도소장은 "그나마 서울남부교도소는 지난해 새 건물로 이전해 수용자의 건강을 지켜 줄 기본적 시설이라도 갖췄으나 광주나 안양 교도소 등 낡은 시설은 이마저도 못하는 상태"라며 "교화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교도소 이전 및 보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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