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ㆍ86) 전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일주일 간 언론에 세 차례나 등장했다. 앞으로 10년간의 중국 권력 구도를 결정할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겨냥, 의도된 언론 노출로 영향력 행사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인터넷판은 2일 장 전 주석이 지난달 20일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시에 지진이 나자 셰정이(謝正義) 양저우시 서기에게 전화해 위로했다고 보도했다. 셰 서기가 최근 양저우시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장 전 주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공개한 사실이 한 지방 신문에 실린 것을 전재한 것이다. 양저우시는 장 전 주석의 고향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는 장 전 주석이 중국사회과학원 역사 전문가들이 출간한 에 '중화민족발전사 학습을 고도로 중시하고 배우자'는 제목의 서문을 게재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문에서 "우리나라를 더욱 발전시키려면 반드시 역사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며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중국뿐 아니라 과거의 중국도 잘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과 국영 CCTV도 이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장 전 주석이 딩관건(丁關根) 전 선전부장의 장례식에 화환을 보낸 사실이 주요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중국 매체들은 장 전 주석의 화환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명의의 화환이 나란히 있는 사진을 편집,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사망설이 돌 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장 전 주석이 최근 잇따라 언론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은 그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임을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올 가을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은 현재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태자당, 상하이방 등 3대 정치 파벌이 치열하게 물밑 권력 투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 전 주석이 자신이 이끄는 상하이방에 힘을 실어주고,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면면을 정할 베이다이허 회의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00㎞ 가량 떨어진 해안가의 휴양도시 베이다이허에선 매년 여름 당 간부와 원로들이 모여 중요한 결정을 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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