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과정에서 거액의 공천헌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올해 초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인사 5명에게 각각 300만~500만원씩 전달했다는 의혹이 또 제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을 제보한 현 의원의 수행비서 출신 정모씨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의원의 지시를 받아 부산 지역 의원을 포함해 5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가운데 새누리당 핵심 인사인 A씨에게는 내 이름으로 300만원, 또 다른 이름으로 200만원 등 총 500만원을 차명으로 입금했다"고 밝혔다. 돈을 받은 의원들은 대부분 친박계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 의원은 총선에 앞서 친박계 핵심 인사이자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한 것 외에 타인 명의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선관위 진술에서 3월 15일 현 의원으로부터 건네 받은 3억원을 홍준표 전 대표의 측근인 조모씨(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전달한 상황을 상세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정씨는 "현 의원이 부산 범천동 S빌딩 15층 강림CSP 회장실에서 은색 쇼핑백을 주면서 이를 조씨에게 전달하라고 했다"며 "현 의원이 직접 3억원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강림CSP는 현 의원의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이다.
정씨는 "그날 오후 4시쯤 부산역에서 KTX에 탑승하고 6시45분쯤 서울에 도착, 서울역 4층 한식당에서 조씨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어 "조씨에게 쇼핑백을 건넸고 조씨는 루이뷔통 가방에 현금을 옮겨 담았다"며 "조씨가 현 전 의원에게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자 현 전 의원으로부터 '알았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현 전 의원의 문자를 정씨에게 보여 주고 "알아서 할 테니 먼저 가라"고 말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가 5월 선관위에 제출한 노트 2권 분량의 일지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이를 토대로 두 달 동안 관련자들의 통화 내역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조사해 정황 증거를 확보한 뒤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현 전 의원은 "내가 3월 15일에 조씨를 만났다는 얘기가 있어서 통화 내역을 확인해 봤는데 조씨와 문자를 주고 받은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도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 전 의원과는 2008년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또 다른 공천헌금 의혹을 받고 있는 선진통일당 김영주 의원은 "당이 선거를 치를 비용이 없어서 비례대표 공천자 10명에게 3억원씩 빌려 달라고 요청해서 2억7,000만원을 빌려 줬다가 돌려 받았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를 했고 당은 지난 6월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뒤 전액을 되돌려 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해명에 대해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이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선거 비용을 빌리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고 이런 요청을 받지 않은 후보자들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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