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 제안에다 공동 은메달 추진까지. '멈춰 버린 1초'의 비운의 스타 신아람(26ㆍ계룡시청)의 눈물을 달래려는 국제펜싱연맹(FIE)과 대한체육회의 꼼수가 점입가경이다. 정작 당사자는 꿈쩍도 않고 있다. 먼저 오심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신아람은 지난달 30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심판이 마지막 남은 1초를 터무니 없이 길게 잡은 탓에 네 차례나 공격을 허용하다 역전패했다. 명백한 오심으로 승리를 눈 앞에서 억울하게 놓쳤다.
현장에 있던 관중은 물론 전 세계 네티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FIE는 신아람에게 특별상을 제안했다. 체육회는 이를 덜컥 수용했지만 신아람과 대한펜싱협회는 "오심 인정이 먼저"라며 거부했다. 체육회는 이 과정에서 신아람은 물론 대한펜싱협회와도 한 마디 상의하지 않았다. 특별상으로 오심 사건을 덮을 수 없게 되자 체육회는 이번엔 신아람에게 공동 은메달을 주는 방안을 FIE와 함께 추진한다고 나름 '회심의 카드'를 일부 언론에 흘렸다. 전형적인 떠보기 전술이다.
"오심을 덮기 위한 꼼수다" "올림픽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역풍이 강하게 불자 체육회는 3일 "신아람의 억울한 판정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추진했지만 실무 합의나 구체적인 서류 제출 등은 진행되지 않았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동 은메달 수여를 검토해 달라는 체육회의 요청을 공식 거부했다. 애초 실현 가능성 없는 방안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이처럼 오심 대처 과정에서 체육회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올림픽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의 생명은 페어플레이다. 한국 체육을 대표하는 단체가 명백한 오심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 허겁지겁 덮으려는 듯해 안타깝다. 세계 주요 언론도 '역대 5대 오심'으로 꼽는 등 분위기가 우리에게 유리한데도 말이다.
체육회는 더 이상 메달을 구걸하는 인상을 풍기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잘못은 FIE가 했는데 체육회가 뒷수습하려고 허둥대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메달을 구걸한다고 해서 신아람의 눈물이 멈춰지지는 않는다. 차라리 신아람을 '명예로운 패자'로 남겨 올림픽 정신을 망각한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게 값질 수 있다. 오심의 부담은 전적으로 FIE와 IOC에 있기 때문이다.
런던=스포츠부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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