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을 뚫고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여자 유도 선수의 꿈이 마침내 이뤄졌다.
사우디의 워잔 샤히르카니(16)는 3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유도 78㎏급 1회전(32강전) 경기에서 멜리사 모히카(푸에르토리코)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유도에 입문한 지 2년에 불과한 그는 긴장한 듯 상대의 도복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82초 만에 무릎을 꿇었다.
샤히르카니는 대회 전부터 히잡 착용 여부로 관심을 끌었다. 사우디 여성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보수적이라 여성 스포츠 참여가 어려운 사우디에서 여자 육상 800m에 나설 예정인 사라 아타르(19)와 함께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이슬람 율법의 어려움을 뚫고 생애 첫 올림픽이자 국제대회에 나선 샤히르카니의 도전 정신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샤히르카니의 올림픽 출전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불투명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력을 받은 사우디 정부의 결정으로 런던올림픽에 나설 기회를 잡았지만 히잡 착용 여부로 논란이 일었다. 국제유도연맹(IJF)에서는 히잡을 쓰면 조르기 기술 등이 들어갈 때 상대가 위험할 수 있다며 샤히르카니의 히잡 착용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위원회는 IOC와 협의 끝에 '변형 히잡'의 착용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지난달 31일 내렸다. 그는 이날 히잡 대신에 머리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경기 후 샤히르카니는 "올림픽 유도 무대에 섰다는 자체로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히잡 착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데다 이런 큰 대회는 처음 나와서 너무나 떨렸다"며 "더 열심히 운동해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도 꼭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