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KB금융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듯 했으나 몸값을 높게 받으려는 ING생명이 외국계 보험사인 AIA생명과 캐나다보험사 메뉴라이프 등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ING생명은 한국법인을 놓고 현재 KB금융 외에 AIA생명, 메뉴라이프와도 협상 중이다. ING생명은 한국법인의 예상 인수가격을 최대 3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참여한 KB금융은 입찰에서 2조원 후반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제시한 금액이 예상가보다 낮자 ING생명이 다른 경쟁사들을 끌어들여 몸값을 높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AIA는 최근 한국과 아시아 전체법인 매입에 나서기 위해 대출 등으로 9조원 가량을 확보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10위권 바깥에 있는 AIA생명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 단숨에 5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역시 이번 인수전을 통해 업계 하위권인 KB생명을 성장시키길 원하는 KB금융 입장에선 최대 복병이 나타난 셈이다.
홍콩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 동남아법인 인수 경쟁은 AIA생명과 메뉴라이프 양자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한국의 대한생명뿐 아니라 일본 다이이치 생명,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홍콩 갑부 리처드 리 등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AIA생명, 메뉴라이프 두 곳이 입찰가격과 인수의지 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받았던 공적자금을 갚기 위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보험사들을 매물로 내놨다. ING생명은 가능한 빨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이달말까지 최종 계약을 마칠 방침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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