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스포츠나 무술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젠 아이들이 전통 춤을 배우고 싶어해요.”
잉카의 후예들인 남미 페루의 전통무용 공연팀이 전남 여수를 찾았다. ‘쎈티미엔또 페루아노’(Sentimiento Peruano)다. 이 공연팀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페루의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여수를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지구 반대편의 춤사위를 선보였다.
자고 나면 동호회가 또 하나 생길 정도로 살사, 삼바 등 라틴 춤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페루의 춤은 아직 낯선 것이 사실. 하지만 마리네라(Marinera) 등 이들이 선보인 춤은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관람객들을 위해 여수시내에서 추가 공연을 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살사도 라틴아메리카의 전통 춤(folk dance)이지만 우리에게 전통(folk)은 마리네라나 우아이노(Huayno), 모레나다(Morenada) 같은 것이죠. 어릴 때 부모님이 추는 걸 보고 자란 그것 말입니다.”
‘페루인의 느낌’(Feeling The Peruvian) 이라는 의미의 쎈티미엔또 페루아노는 마리네라 경연대회에서 6년 내리 우승한 알프레도 디 나딸 에르난데스가 이끌고 있다. 전직 토목 공학자 등 팀원의 구성이 다양하다.
이들은 페루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미국 국적의 일레니 알렉산드라 리아고리스는 모계 쪽 혈통에 페루 피가 섞인 ‘3분의 1 페루인.’ 그는 “세 살 때 발레로 춤을 시작했지만 여덟 살 때 처음 본 마리네라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춤이 나의 뿌리와 지금의 나를 연결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리네라는 8분의 6박자의 흥겨운 리듬에 맞춰 남녀가 짝을 이뤄 추는 춤이다. 내용은 러브 스토리이지만 탱고처럼 끈적이는 대신 정다운 느낌이다.
세심하고 복잡한 발의 움직임이 특징. 해안 지역에서 발전한 춤으로 잉카인의 춤과 스페인 침략자들의 춤,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인의 춤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인지 신나는 움직임 속에 슬픔의 정한이 감춰져 있다. 에르난데스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내년에는 중국에서도 경연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에서 전통 문화는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에르난데스는 “내가 처음 마리네라를 배울 때만 해도 ‘그 재미 없는 걸 왜 하냐’고들 했지만, 이젠 어린이 경연대회가 전국적으로 치러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수십 년 동안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계속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여수=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