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큰 파문을 일으킨 한국의 대미 로비스캔들'코리아 게이트'의 핵심인물 김한조씨가 지난달 26일 밤 11시37분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향년 91세.
김씨는 53년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지 제약회사에 입사해 일하다 화장품 회사 '존 앤 비 디'를 설립, 한 해 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로 성공했다. 이 시기 대미 로비스트로도 활동했다.
대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는 76년 10월15일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이 미 국회의원 등을 매수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보도한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에 연루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때 김씨와 재미사업가 박동선씨 등은 미 의회 의원들과 정부 관료들에게 암호명 '백설 작전'으로 불리는 로비전을 벌였다. 이들에게 매년 50만~100만달러의 금품과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내 반한 정서가 고조되고 양국 관계가 경색됐으며, 미 언론은 닉슨 대통령이 물러난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 이를 '코리아 게이트'로 불렀다.
김씨는 미 사법당국에 위증과 매수 혐의로 기소돼 79년 7월부터 11월까지 앨런우드 연방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뒤 81년 귀국해 혼자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95년엔 사건 내막과 소회를 담은 책 <코리아 게이트> 를 펴내기도 했다. 코리아>
김씨는 최근 곡기를 스스로 끊어 건강이 매우 악화한 상태에서 지난달 20일께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가 숨을 거뒀다. 빈소는 따로 차려지지 않았고 유해는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아내와 큰 아들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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