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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정원 VS 국가안전보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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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정원 VS 국가안전보위부

입력
2012.08.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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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북한의 정보·보위세력들은 '김씨 일가'의 권력유지를 위협하는 세력들에 대해 숙청과 무자비한 체포, 비인간적 처우에 전념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강압과 통제, 감시 그리고 처벌: 북한의 경찰국가 조사'라는 보고서 발간기념식에서 체제유지의 근원이 되는 이들 보위세력이 있는 한 김정은의 개혁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말하는 북한의 3대 정보기관은 국가안전보위부(남한의 국가정보원 역할)와 인민보안부(남한의 경찰청 역할), 정찰총국(군 구테타 감시)이다. 이중 국가안전보위부는 북한 전역에 5만명 이상의 요원들이 활동하며 김씨 3대 세습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이 보이는 '불순분자'들을 철저히 가려내는 가장 강력한 정보기관이다.

국가안전보위부는 반체제인사들을 색출해 악명 높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 관리하고 대간첩업무와 해외정보의 수집, 해외공작 업무를 수행하고 국경경비와 출입국관리 업무도 맡고 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북한의 각 기관이나 기업소는 물론 인민무력부(군) 산하 각 중대에 이르기까지 요원을 파견해 그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법적 절차도 밟지 않고 용의자를 구속하고 재판 없이 처단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강제 처형도 이들이 관장한다.

김정은은 국가안전보위부를 완전한 자신의 추종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4월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 1부부장(부장은 공석)을 제거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북한 체제유지의 핵심이요 김정은의 보루이다.

이렇듯 막강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대응되는 남한의 국정원이 요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어 비교된다. 최근 리영호 총참모장의 숙청 정보와 김정은이 공석에 대동하고 나오는 젊은 여인의 정체를 신속히 파악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정보부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과거 전성기 시절의 국정원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0년대만 해도 국정원의 정보력은 비상했다. 97년 2월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탈북을 주도했고 이어 이집트주재 북한 대사를 미국으로 망명시키기도 했다.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하던 국정원은 97년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총풍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당시 여당이 북한에게 판문점 근처에서 총격사건을 일으켜 달라고 부탁해 안보정국을 만들어 대선에 승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조사로 인해 북한에 연결됐던 국정원의 인간정보(휴민트)가 속속 드러나고 그 연결고리가 폐쇄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김대중정권이 들어오면서 금융위기를 빌미로 한 구조조정으로 대다수 대북전문가들을 포함해 581명이 국정원을 떠났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과 정력, 물자를 들인 대북 연결고리가 와해되는 순간이었다. 기무사, 경찰, 검찰의 대북전문가들도 역시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사라졌다.

10년간의 햇볕정책은 대북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조차 무산됐다. 지난 햇볕정책 기간동안 간첩이 검거됐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고 다시 북한과 인적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한 남북관계의 강경대치 상황은 더욱 일을 꼬이게 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는 없다. 또 북한 내부 최고위층의 정보를 파악한다는 것은 한층 더 어려운 일이다. 설령 최고위층의 흐름을 안다고 해도 쉽게 밝혔다가는 정보소스 마저 끊길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다.

다만 우리는 기대한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보다 우리 국정원이 탄탄한 정보력과 힘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국정원이 파워를 가질 때 통일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지적만이 능사가 아닌 우리의 정보기관이 정치 바람을 타지 말고 소신을 갖고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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