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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015B세대 문화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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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015B세대 문화 '화려한 부활'

입력
2012.08.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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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1990년대에 푹 빠져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게 너무 두려웠다. 영화를 두 번 본 뒤에야 한숨과 함께 아쉬움을 떨치고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

최근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본 30대 중반 장인하(가명)씨는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힙합 바지, 무스, 삐삐(호출기), PC통신, 워크맨 등 90년대에만 한시적으로 존재했던 아이콘은 물론, 정권비판 기능이 옅어진 대학 문화 등을 잘 녹여낸 이 영화가 한동안 잊고 지낸 청춘의 기억을 고스란히 불러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면

1990년대 문화가 2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붐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그 시절 음악을 주로 들려주는 술집, 카페가 여기저기 문을 열고 관련 TV 프로그램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대학가 클럽에서는 당시 댄스곡들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 그때 팬클럽 문화를 보여주는 드라마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90년대 젊음의 주무대였던 나이트클럽을 재현하는 공연도 나왔다.

30, 40대가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현상 자체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은 사정이 좀 다르다. 그들은 6ㆍ10 항쟁 등 민주화의 물결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남겨진 세대다. 알게 모르게 전체주의 문화를 강요 받던 이전 세대와 달리 사실상 집단으로 개인주의의 세례를 받은 첫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것이 1990년부터 1996년 6집까지 내고 활동을 중단한 그룹 015B.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상을' 물었고 '거리에서 본 괜찮은 여자에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보면 항상 제일 못생긴 친구가 훼방을 놓'는다는, 예전 같으면 시답잖은 사랑타령쯤으로 평가절하됐을 일상의 경험을 담아낸 가사 때문이다. 그래서 015B 음악에 공감하며 청춘을 보낸 지금 35~45세는 '015B 세대'다.

이들은 주말을 가족에게 '올인'하던 전 세대와 달리 토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을 아내에게 맡긴 채 취미생활에 몰두했다. 주중 하루 이틀은 친구들과 LP판을 틀어주는 카페나 영화관 등에서 시간 보내는 부류도 많다. '정치적인 고민이 적고 모든 문제를 가볍게 여긴다'는 혐의를 받으면 "꼰대들의 시각으로는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생활태도가 강렬하게 자리잡은 것"(김정현ㆍ38)이라고 당당하게 받아 친다. 90년대 대중문화의 부활은 자아가 강하고 그래서 문화 콘텐츠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들을 겨냥한 이유 있는 마케팅이다.

3545세대 문화의 부활이 일시적인 '복고'일지, 생명력이 긴 문화현상이 될지는 분명치 않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20년 주기로 돌아오는 복고 유행에 맞춰 향수를 소비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평론가 정덕현씨는 "015B 세대는 지금 젊은 층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젊은이들의 90년대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며 "과거 60, 70년대 복고문화에 비해 생명력이 길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015B세대', 나는 그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잔잔하면서도 직설적인 015B의 음악을 향유했던 세대들의 특성, 그 세대의 문화 아이콘은 무엇일까. 당시에는 문화 소비자였지만 지금은 콘텐츠 생산자가 된 '015B'세대 3인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원희 영화감독, 이수진 뮤지컬 작가, 최지현 스마트에듀토이 대표. 그룹 015B의 리더 장호일이 당시 상황을 콘텐츠 생산자로서 설명하기 위해 자리를 같이했다.

장호일은 자신들의 음악을 "1990년대 가요계의 주축에 들지 못한 아웃사이더들이 기본적으로 삐딱한 성향을 갖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연인 사랑 얘기에 눈물 흘리고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되고파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젠 그 사람의 자동차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고 어느 곳에 사는지 더 중요하게 여기'(015B 3집 '수필과 자동차'ㆍ1992)는, 당시 세대의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을 오롯이 담아낸 가사들에 대해선 "시적인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몰라서 용감했고 애써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은 당시 젊은이들의 기질과 '딱' 맞아떨어졌고 그래서 더욱 신선했는지도 모른다.

-015B 노래를 어떻게 추억하고 있나.

"1993년 KBS 대학가요축제에서 동상을 받았는데 015B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유치하게 받아들여졌던 에피소드가 있는 가사, 쓰레기 취급 받았던 컴퓨터 음악이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는 걸 015B가 증명했고, 그걸 받아들인 거다."(조원희 감독ㆍ이하 조)

"저처럼 여고 졸업하고 대학에 가면 '남자 사람'과 처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데,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015B 노래를 들으면 굉장히 착한 사람이 그려지는 거다. 그래서인지 레이스, 핑크 좋아하는 여성적이고, 모범생인 친구들이 015B를 굉장히 좋아했다. 일종의 로망인 셈이다."(이수진 작가ㆍ이하 이)

"처음 015B 노래를 접한 게 고등학교 때인 듯한데, '대학에 가면 저렇게 생활하고 연애를 하는구나'하는 상상이 들었다.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는 느낌이랄까."(최지현 대표ㆍ이하 최)

-015B 세대의 특성은 무엇인가.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는 워크맨에서 CD플레이어, MP3까지 짧은 유행을 수용한 세대다. 그만큼 변화에도 익숙하고, 또 빠른 것에 대한 갈망도 있다. 뒤쳐지는 것을 피하고 싶은 욕망도 큰 세대인 거 같다."(최)

"하여간 이 세대는 뒤쳐지는 걸 정말 싫어한다. 스스로 특별하고, 선배들처럼 촌스럽게 살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DSLR에 낚인 거다. 사진기자를 할 것도 아닌데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 사서 집에서 강아지 찍고 있다. 얼리 어답터 기질이다."(조)

"나는 89학번인데 운동권 선배들로부터 최악의 학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들 놀러 다니기 바빠 사회과학 공부하는 동아리에 한 사람도 안 들어갔기 때문이다. 선배들 말은 안 듣고, 술자리 가면 다들 새우깡에 소주 마시는데 '저는 맥주 주세요'한 첫 학번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자기 주장이 강했다."(이)

-015B세대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은.

"브랜따노, 언더우드 이런 상표 기억나나. 셔츠 하나에 4,850원, 뭐 이런 10원단위 마케팅이 시작될 땐데 중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친구들이랑 그런 옷을 사러 다녔다. 1971년생부터 이후 6년간 교복을 안 입었으니 이런 옷이 잘 팔렸다."(조)

"영화 '건축학개론'에도 나왔지만 무스가 강남 오빠들의 필수품이었다. 잘 나가는 오빠들은 남들하고 같은 상표가 달린 옷을 입기 싫어해서 압구정동 보세 옷 가게에 몰려 들었다. 남들 안 하는 거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세대였으니까."(장호일ㆍ이하 장)

"브랜드 선호가 당시에도 있었다. 폴로, 셰비뇽, 다니엘에스떼. 이게 다 한 회사의 브랜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약을 하다가 잘못되신 모델 출신의 CEO 노충량씨가 수입한 거다. 그 분이 1991년 대망의 브랜드 찰스 허 주니어를 직접 런칭했다. 석 달 만에 망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폴로밖에 없을 정도로 브랜드 회전도 빨랐다."(조)

"핫뮤직이라는 음악 잡지를 아이콘으로 꼽고 싶다. 팝칼럼니스트 유은정씨가 궁금한 점만 콕 집어서 우리의 감성으로 톡톡 튀면서도 속 시원하게 써줬다. 친구들과 돌려가며 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이)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일본 만화도 유행했다. 한 권씩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고. 일본 음반도 해적판으로 많이 들어왔던 것 같다."(최)

"1990년대 초반 강남 유흥의 중심지가 방배동에서 압구정동으로 옮겨오면서 노출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똥꼬치마, 핫팬츠, 배꼽티 등 의상이 극단적으로 짧아졌던 시대다."(장)

"그 시절 카페의 핫 아이템이라고 하면 파르페를 빼놓을 수 없다. 오렌지주스에 아이스크림 올리고, 웨하스를 하나 얹은 뒤 화룡점정, 우산 모형을 꼽는 건데. 다들 기억하나?"(조)

"그 시대 아이콘으로 배낭여행도 있다. 1993년 유럽에 갔는데 한국사람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해외여행이 팝콘처럼 '뻥' 튀겨진 시절이다. 관련 책들도 쏟아졌고."(이)

-당시 경험이 지금 창작활동에 녹아 나오고 있나.

"IT 산업에서는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한 20, 30대가 주 소비층이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그 연령대에 포커스를 맞춘다. 당연히 그들의 추억을 어떻게 서비스에 담을 것인가가 항상 큰 고민거리다. 10년 전 유행했던 음악, 패션 같은 것이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최)

"좀 가증스러운 느낌이 든다. '추억팔이'랄까. 하지만 대본을 쓰다 보면 어느새 1980, 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더라. 추억을 상품화한다는 것 자체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이)

-015B 세대가 문화소비의 주체라고 생각하나.

"1980년대 후반 국내서 음반 25만장을 팔 정도로 인기였던 뉴트롤즈가 몇 년 전 내한했다. 당장 표를 예매하고 공연장 LG아트센터로 달려갔다. 아니나다를까 사상 제일 구린 객석 물이더라. 배 나온 중년 아저씨들이 '아다지오' 나오는 순간 전원 눈물을 쏟는데, 와…. 소년시절 실물에 대한 결핍을 중년이 돼서 돈 아끼지 않고 푸는 거다."(조)

"2008년 듀란듀란 내한공연 때 객석 2층 난간에 '당신을 19년간 기다렸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보컬인 사이먼이 그걸 보고 정말 19년이나 기다렸냐고 묻자 관객들이 다 울었다. 그만큼 열렬한 거다. 우리 세대를 겨냥한 공연이 잘 되는 이유다."(이)

"한두 달 전 남이섬 공연에서 015B를 봤다. 걸그룹도 아니고 015B를 보면서 가슴이 떨릴 것이라 상상도 못했는데 고교, 대학 때 추억이 떠오르면서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었다. 공연 관람료? 당연히 아깝지 않았다."(최)

-015B 세대를 겨냥한 추억 마케팅이 지속될까.

"당연하다. 일단 인구가 많다.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한 600만명이 이 세대다. 게다가 문민정부 출범, IMF 등 최근 대한민국의 수많은 변화 속에서 잡초처럼 커온 사람들이라 자기들이 쥔 문화적 주도권을 쉽게 내주지 않을 거다."(조)

"아는 선생님이 1950년생인데 아이폰을 안 쓴다. 너무 흔해 촌스럽다는 거다. 그 분은 독특한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사서 쓴다. 아마도 우리 세대는 그런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 같다."(이)

"우리 세대는 더 젊은 세대, 동년배 친구들보다 앞서 가려는 경쟁심리가 강하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사서 쓰는데 거부감도 적고. IT 서비스 개발자로서는 밝은 미래다."(최)

"추억마케팅이 적어도 4, 5년은 갈 듯하다. 015B 세대의 전성기는 아마 내년이 되지 않을까."(장)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고경석기자 kave@hk.co.kr

■ "문화·여가위해 아낌없이 지갑연다" 지름신 세대

주류회사를 다니는 이해건(35ㆍ가명) 대리는 최근 28만원을 주고 자전거를 샀다. 미혼인 그는 짬짬이 사진 동호회에도 나간다. 그가 쓰는 카메라 본체는 캐논 5D. 렌즈 3개를 함께 샀더니 장비를 갖추는 데만 300만원 넘게 들었다. 이 대리는 "월급의 절반은 문화생활 하고 평소 구매하고 싶었던 것을 사는데 쓴다"면서 "자전거, 카메라 모두 운동하고 사진 찍기 위해서라기 보단 갖고 싶어서 산 것들"이라고 말했다.

386세대와 '88만원 세대'의 틈바구니에서 뜨든 미지근하게, 존재감 없던 015B세대가 문화생활과 소비의 주요 계층으로 화려하게 귀환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쇼핑 실태 조사'에 따르면 30, 40대 소비력은 인터넷에 익숙한 20대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 방문 횟수는 30대가 한 달 평균 9.46회로 20대(9.23회)보다 많았다. 1회 평균 구매금액은 40대(7만원), 30대(6만5,000원), 20대(6만2,000원) 순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정책실 염민선 선임연구원은 "소비성향이 강했던 015B세대가 경제력까지 갖추면서 주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것"이라며 "30, 40대에서 미혼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5년 35~39세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6%에 그쳤으나 2010년엔 18.9%로 증가했다. 35~45세 미혼가구 비율은 15년 사이 3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는 일부 도피행위인 경우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전세 5,000만원짜리 원룸에 사는 김씨(36)는 "386세대와 유능한 후배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갑갑한 현실을 잊으려 충동적으로 소비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같은 심리치유 관련 도서가 잇따라 나온 것 역시 015B세대의 심리적 불안감을 잘 나타낸다.

일본, 미국에서는 한국의 015B세대와 비슷한 연령대를 각각 '슬럼프 세대' '트윅스터족'이라고 부른다. 미혼이면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직장을 자주 옮긴다는 게 특징이다. 사회 초년생이던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던 한국의 015B세대처럼 이들 역시 경기불황, 정리해고를 겪으며 불안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015B세대의 왕성한 소비 성향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015B세대가 속한 30, 40대 가구주 가구의 각각 71.6%, 74.6%가 빚을 지고 있다. 금액은 각각 평균 6,439만원과 8,666만원. 여기에 노후 대책은 또 다른 변수다. 015B세대 가운데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 향후 소비를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최근 낸 '2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차 베이비붐 세대 중 노후 준비를 시작한 비율은 절반도 안 됐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8~197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로 015B세대와 겹친다.

이 연구소 황원경 선임연구위원은 "015B세대가 은퇴할 20~25년 뒤 한국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노인을 부양할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탓에 노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아직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 "20년전으로" 태풍된 복고열풍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서다

1993년 데뷔한 듀오 전람회의 노래가 음반 판매 차트 1위에 오르고 서울 홍대 앞 클럽 여기저기선 90년대 댄스 가요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극장에선 80, 90년대가 배경인 영화에 수백만명의 관객이 몰리고, TV에 90년대 스타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2012년 한국의 대중문화는 마치 20년 전으로 회귀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90년대에 10, 20대를 보낸 3545(35~45세) 세대가 문화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이 주류 문화상품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영화. 10년 전만 해도 영화의 핵심 타깃은 2535세대였지만, 최근 5년 사이 30대를 중심으로 2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까지 확장됐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 집계에 따르면 연령대별 예매율은 지난해부터 40대가 20대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흥행작의 절반 이상에서 30대 이상 예매율이 70%를 넘었다. 300만 관객을 넘은 한국영화 7편 중 '도둑들'(1일까지 전체 관객 436만, 이중 30대 이상 70%), '건축학개론'(410만, 74%),'댄싱퀸'(400만, 74%), '부러진 화살'(341만, 73%) 등 4편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영화를 연출한 감독도 대체로 3545세대다. 90년대가 배경인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은 42세, 90년대 홍콩 영화를 연상시키는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41세, '댄싱퀸'의 이석훈 감독은 40세다. 3545세대가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셈이다.

그래서 영화를 기획ㆍ제작자들도 타깃 관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건축학개론'을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영화를 기획할 때 10, 20대를 핵심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핵심 관객인 30대는 물론이고 40, 50대도 최신 개봉작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음반ㆍ공연계에도 최근 3545세대를 위한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80, 90년대 명곡을 다시 소개해 화제를 모은 MBC '나는 가수다'에 이어 록 그룹 들국화, 이정석, 이범학, 이광조, 015B, R.ef 등이 활동을 재개했다. 티아라, 인피니트 등 아이돌 그룹들도 종종 80, 90년대 댄스 리듬을 차용한다.

아예 3545세대만을 노린 기획 콘서트도 열린다. 11,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청춘나이트'에는 김건모, 쿨, DJ DOC, 코요태, R.ef 등이 한 무대에 선다. 공연을 기획한 최인철 서던스타이엔티 대표는 "1, 2년 전부터 '밤과 음악 사이' 같은 음악 주점이 인기를 끌고 거기서 30, 40대가 가요계의 황금기였던 90년대 댄스 음악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복고 열풍을 느꼈다"고 말했다.

TV에서도 3545세대가 젊은 시절 향유하던 문화 코드가 펼쳐진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청춘처럼 살아가는 네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SBS '신사의 품격'은 90년대 청춘 스타였던 장동건, 김민종을 내세워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케이블TV에선 9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방송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3545세대를 꾸준히 문화 소비의 중심에 붙잡기 위해 그들만의 문화적 감수성을 꾸준히 자극하고 만족시키는 문화 마케팅"이라고 해석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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