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워/찰스 아서 지음ㆍ전용범 옮김/이콘 발행ㆍ464쪽ㆍ1만7000원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세계 IT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이 회사들의 1998년 말 자산 가치는 MS가 3,446억 달러, 애플이 55억4,000만 달러 그리고 구글은 고작 1,000만 달러였다. MS가 윈도우를 앞세워 개인용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을 때, 매킨토시를 팔던 애플은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었고, 구글은 이제 막 시장에 참여한 애송이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3년쯤 지난 2011년 8월 9일. 장중 애플 시가총액이 3,415억달러까지 오르며 엑손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날이다. 그날 MS의 자산 가치는 2,143억 달러, 구글은 1,851억달러였다.
IT는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패자가 되는, 여지껏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기업의 승패가 엇갈리는 시장이다. <디지털 워> 는 영국 신문 가디언 기자가 세계 IT업계의 강자들인 MS, 애플, 구글의 최근 15년간에 걸친 이 같은 경쟁을 '검색' '음원' '스마트폰' '태블릿'을 키워드로 재조명한 책이다. 디지털>
MS의 사업이 정체에 빠진 것은 미국 정부가 이 회사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내면서부터다. 지지부진했던 공방 기간에 구글은 검색 기술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졌다. 컴퓨터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음원 전쟁에서 승자가 됐다. 스마트폰에서도 초기의 고전을 벗어던지고 세련된 디자인과 편의성으로 이 시장 역시 애플 차지가 됐다. 다양한 인터뷰와 분석들을 인용해 이들이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경쟁해왔는지는 물론이고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등 'IT 대통령'들의 경영 수완, 판단력, 개성까지 읽을 수 있다.
이 전쟁의 승자는 누굴까?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경쟁업체 중 누가 가장 두려우냐는 질문에 1997년 게이츠가 답한 것처럼. "지금 어느 창고에 처박혀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는데 골몰하고 있을 누군가".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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