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계시냐/민경정 지음ㆍ남궁산 그림/창비 발행ㆍ116쪽ㆍ8500원
'할머니와 사는 은성이/ 무릎 해진 내복 싹둑 잘라/ 팬티로 입고 왔다.//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내복 팬티라 하고/ 영호는 걸레를 흔들며/ 걸레 빤스라고 놀렸다.// 은성이 씩씩거리며/ 영호 얼굴에 박치기./ "우리 엄마가 사 준 거야!"// 걸레 뒤집어쓰고/ 코피 흘리는 영호 앞에/ 바지춤 추켜 올리는 은성이'('내복 팬티')
동시집 <엄마 계시냐> 는 아이들의 이런저런 사연들로 한가득이다. 아빠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붕어빵 먹고 싶은 것을 꾹꾹 참고('생일 선물'), 잠자리에게 우유를 부어 해코지 한 친구 신발에 우유를 붓는('재환이') 모습 등을 눈 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강화도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시인의 경험이 녹아 들었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엄마>
혼자 먹는 밥이 제일 무섭다며 매일같이 검정 봉지를 들고 마실 오는 옆집 할매('엄마 계시냐), 그늘 한뼘 없는 시장에 앉아 고추 파는 할머니('신토불이') 등 농촌 정서도 푸근하다. 평론가 김이구씨는 "물질주의에 경도된 세태 속에서 인정이 흐르는 공동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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