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코카콜라 등 '미국식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거대 다국적 식음료 기업들이 남미에서 잇달아 수난을 당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좌파 정부로부터 노골적인 탄압을 받은 데 이어 칠레에서는 장난감을 미끼로 어린이에게 패스트푸드를 팔다가 제재를 받았다.
1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다비드 초케우앙카 볼리비아 외무장관은 "코카콜라가 12월 21일 볼리비아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21일은 마야달력상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인데 볼리비아 정부는 선진국에 예속됐던 자본주의를 끝내고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경제체제를 구현하려는 상징적 조치로 이 날을 선택했다.
초케우앙카 장관은 코카콜라의 판매가 중단되는 대신 복숭아향 음료인 모코친체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코카콜라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2010년 4월 코카 잎을 주원료로 한 에너지 음료 코카코야(Coca Colla)를 개발했다. 코카 잎은 마약 성분인 코카인을 함유해 1961년 유엔으로부터 불법 약물로 규정됐으나 최근 일부 남미 국가는 코카 잎 가공으로 돈을 벌기 위해 코카 산업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중 하나인 맥도날드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말 볼리비아에서 영업을 중단했다. 중남미 국가 중 맥도날드 매장이 없는 나라는 볼리비아, 쿠바 등 2개국에 불과하다.
볼리비아, 쿠바와 함께 남미 좌파의 트로이카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도 코카콜라는 수난을 당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말 TV 연설을 통해 "코카콜라나 펩시 대신 국영기업이 만드는 포도음료 우비타를 마셔야 한다"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수입을 줄이고 내수를 장려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맥도날드, 버거킹,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은 칠레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 거대 패스트푸드 체인은 현지법을 어기고 어린이 메뉴에 장난감을 끼워 파는 판촉활동을 하다가 고발을 당했다. 문제를 제기한 귀도 기라르디 상원의원은 "어린이를 위한 식품에 미끼나 기만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처벌을 촉구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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