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년 가까이 재직한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사임한 직후 안 원장이 대표로 있던 안철수연구소(현 안랩)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해당 은행이 주관한 온라인복권(현 로또복권) 사업을 수주한 사실이 2일 드러났다. 평소 공정한 시장 경쟁을 강조해 온 안 원장의 발언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정치권의 검증 공세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원장은 2001년3월 온라인복권 위탁사업 운영기관이던 국민은행(당시 주택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국민은행은 2000년4월부터 복권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고 2002년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안철수연구소가 참여한 KLS컨소시엄 역시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안 원장은 입찰 경쟁자들로부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2002년1월19일 사외이사직을 그만뒀다. 하지만 KLS컨소시엄은 안 원장 사임 9일 뒤인 1월2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안 원장은 1년 뒤인 2003년3월 사외이사직에 복귀해 2004년3월까지 직을 유지했다.
정치권에선 "자신이 사외이사로 있던 은행이 주관한 사업 입찰에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응하게 한 것부터 공정성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안 원장측 유민영 대변인은 "사외이사는 사업수주와 관련해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안철수연구소는 대표적 보안업체라서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안 원장은 이날 "앞으로 많은 분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이제 곧 행동으로 실행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원장은 이날 서울대 학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학본부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3년 최태원 SK회장 구명 탄원 논란 등 검증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검증은…" 이라며 잠시 머뭇거린 뒤 "사랑의 매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순서상으로 국민의 의견을 다양하게 먼저 듣고 판단하려고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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