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가입회원의 과반수인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집단손해배상 소송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 법무법인에서 사실상 무료 변론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평강의 최득신 대표변호사는 "나 역시 정보유출 피해자의 한 사람"이라며 "대기업이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변론을 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소송 참여비용은 100원이다. 인지대 2,500원을 포함하면, 개인당 들어가는 실제 비용은 2,600원. KT에 청구할 1인당 배상금액은 50만원이다.
최 변호사는 "공익적인 취지에서 무료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무료 변론을 하게 될 경우 소송 신청자들이 국세청에 인감증명과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최소한의 금액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움직임은 심상찮다. 평강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평강이 개설한 집단소송 참여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날까지 2만명이 소송참여 신청서를 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이미 소송비용을 입금했다. 평강 측은 카페를 통해 받은 신청서를 취합해 다음 주 안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개인 피해자들과 KT의 법정공방이 가시화 됨에 따라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정보유출 관련 집단소송의 경우 업체의 과실 여부 입증이 성패의 분수령이 돼왔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서비스 제공업자의 기술적·관리적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사업자에게 1억원 이하의 과징금과 함께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863만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옥션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2009년 1,125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GS칼텍스 사건 소송에서는 재판부가 피고인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모두 사업자의 과실책임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반면 올 4월 네이트의 3,500만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소송에서는 '피해자에게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유능종 변호사는 "사업자인 SK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이 사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사적인 용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전산 시스템에 보안이 뚫렸다는 점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KT 소송도 현재 경찰이 추가로 수사 중인 KT 측의 과실 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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