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드라마였다. 한국 여자 양궁의 간판 기보배(24ㆍ광주광역시청)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런던올림픽 첫 2관왕을 명중시켰다.
기보배는 2일(한국시간)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아이다 로만(멕시코)을 세트 포인트 6-5(27-25 26-26 26-29 30-22 26-27 )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24년 만에 여자 개인전 1위 자리를 내줬던 태극 여궁사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그는 여자 단체전 우승을 포함, 2004 아테네올림픽 박성현에 이어 8년 만에 2관왕을 차지했다. 기보배는 김수녕(1988년), 조윤정(1992년), 김경욱(1996년), 윤미진(2000년), 박성현(2004년)에 이어 여자 양궁에서 올림픽 2관왕을 달성한 역대 여섯 번 째 선수가 됐다.
우승까지는 쉽지 않았다. 최현주(28ㆍ창원시청)가 16강, 이성진(27ㆍ전북도청)이 8강에서 탈락하고 홀로 남은 기보배는 4강에서 카투나 로리그(미국)를 6-2(28-28 29-28 23-23 27-26)로 힘겹게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 둘은 나란히 세트를 주고 받았고 5세트까지 5-5 동점으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 돌입했다.
먼저 시위를 당긴 기보배가 8점을 기록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뒤이어 쏜 로만도 8점을 꿰뚫었고, 기보배의 화살이 좀 더 중앙에 가까워 가까스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보배는 우승이 확정되자 백운기 양궁대표팀 감독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함께했다.
기보배는 지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전에서 고비마다 과감한 슈팅으로 한국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뛰어난 실력과 함께 귀여운 눈웃음이 매력적인 '얼짱 신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평소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으로 유명하다. 팀 내 막내지만 '마무리 궁사'로 나서 지난달 30일 여자 양궁 단체전서 7연패를 이끌었다.
기보배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2011 세계선수권대회 혼성단체 우승 등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해왔지만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대회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적었다.
절치부심한 기보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예선라운드에서 과녁 정중앙에 꽂힌 화살의 뒤를 명중시키는 '로빈후드 애로우'를 선보였고, 지난 4월 양궁월드컵 1차 대회에서 개인전ㆍ단체전을 모두 휩쓸며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결국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기보배는 첫 올림픽 2연패를 이루며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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