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둘 다를 경험해본 결과 '어쨌거나 사람이 먼저다'라는 자명한 결론을 받아들이게 됐다. 어떤 가시적인 성과도 좋지만 그것으로 누군가 한 축이 상처를 받는다면 그건 결코 잘하고 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 그래서 잡지사 기자를 할 때 귀신같이 특종을 팡팡 터뜨리는 동료에 비해 무능하단 지적도 받았으나 후회는 없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게 누군가를 까발렸다 한들 그것이 누구를 위한 일이고 무슨 소용인가 싶은 회의가 더 깊어졌으니 말이다.
온 나라가 올림픽에 미쳐 있으니 나 역시도 그 광기 어린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을 터.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다 '허걱'하고 놀랐으니 숨을 헐떡 몰아 쉬는 박태환 선수에게 들이댄 마이크 때문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납득할 수 없는 실격이니 어리둥절한 표정인 것도 온당하고 그래서 어느 순간 미아처럼 두리번두리번 제 현재로 돌아오기까지 흔들리는 그에게 생뚱맞은 인터뷰는 대체 뭐라니.
사람의 진심을 이끌어내는 건 또한 그만큼의 진심이거늘, 그 무게를 재고 그 질량을 가늠하는 건 무엇보다 센스이거늘. 왜 우리에게 그런 감각의 소유자는 흔하지 않단 말인가. 영국이 모자의 나라이긴 하나 오로지 제 예뻐 보이는 걸 좇다 딤섬통을 뒤집어썼다는 악평을 들은 아나운서가 있어 작정하고 지켜봤다. 올림픽 뉴스는 안중에 없고 거울아, 거울 속 자기를 뉴스 삼기 바빴다 하면 이는 나의 괜한 트집이려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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