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이 반 세기 동안 누려온 '역대 최고 영화' 타이틀을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에 넘겨줬다. 영국영화연구소(BFI)가 10년마다 세계 영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다.
BFI가 발간하는 영화전문지 사이트앤사운드는 1일 846명의 영화평론가,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에게 최고의 영화를 추천 받은 결과 '현기증'이 '시민 케인'을 34표차로 제쳤다는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이로써 '시민 케인'은 1962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50년간 지킨 1위 자리를 내줬다.
사이트앤사운드 편집자 닉 제임스는 이번 결과가 "영화 애호가들의 취향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시민 케인'처럼 위대한 예술을 표방하는 작품보다 '현기증'처럼 관객 개개인에 호소하는 작품에 대한 선호가 늘었다"는 것이다.
'현기증'은 전직 경찰관인 사립탐정이 한 남자로부터 아내를 미행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후 음모에 휘말리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다. 1958년 개봉 당시 난해한 심리 묘사 때문에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60년대 이후 재평가됐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현기증을 표현하는 데 쓰인 '달리 줌'기법은 감독의 이름을 따 '히치콕 줌'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BFI는 히치콕을 윌리엄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와 함께 영국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