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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탁상행정의 표본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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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탁상행정의 표본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

입력
2012.08.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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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58개 주요 병원에서 5일부터 실시되는 '응급실 전문의(專門醫) 당직제'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응급 환자가 보다 빠르고 적절한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2010년 11월 대구의 4세 여아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도대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의사들도 불만이고 환자들도 응급실 의료의 질이 오히려 떨어질까 걱정이다.

새 제도는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1차로 응급실 의료진이 진료한 후 다른 과목 진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라고 판단되면 해당 과목 당직 전문의에게 진료를 요청하도록 했다. 당직 전문의가 응급실에 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고 면허정지 처분까지 내릴 수 있게 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당직 전문의가 병원에 상주하지 않도록 했다는 점이다. 집에서 대기하다 호출을 받고 병원에 오는 동안 시간이 허비돼 응급환자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더욱이 당직 전문의가 얼마 만에 응급실에 도착해야 한다는 세부 규정조차 없다. 의료계도 불만이다. 중소 병원과 지방 병원의 경우 전문의가 1~2명 밖에 없어 매일 또는 하루 걸러 당직 근무를 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차라리 응급실을 폐쇄하겠다는 곳도 적지 않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현실성 없는 제도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당직 의사 범위를 전문의뿐 아니라 '3년차 이상 전공의(레지던트)'도 포함시켰으나 전공의들이 반발하자 제외했다. 당직 전문의가 병원에 상주하도록 했던 조항도 병원협회 반대로 병원 밖 대기를 수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의사들의 요구를 이리저리 들어주다 보니 결국 지금 같은 기형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응급 환자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제도가 거꾸로 환자들에게 불안을 안겨주게 됐으니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의심스럽다. 지금이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가 다시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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