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ㆍ11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거액의 불법 자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 검찰에 고발 및 수사의뢰를 했다. 선관위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으로 당선된 현영희 의원이 부산 동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고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건넸다는 비교적 상세한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전면적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4ㆍ11총선 공천은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이야말로 정치쇄신의 첫 단추"라거나 "쇄신작업이 용이라면 공천작업은 마지막 눈동자를 그려 넣는 화룡점정(畵龍点睛)이라고 강조할 만큼 정치개혁의 핵심과제였다. 이에 비추어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이 한 명이라도 돈에 좌우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관리 책임을 면할 길 없는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는 작지 않은 타격이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의혹 당사자들의 주장처럼 사실무근이라면 제보자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도 클 만하다.
따라서 이왕 선관위의 고발과 수사의뢰가 있었던 만큼 검찰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을 파헤치는 것이 급선무다. 현 의원이 홍준표 전 대표에게도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거나 선진통일당 김영주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면서 50억 원을 당에 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등 함께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현영희 의원이나 현기환 전 의원 등 당사자는 물론이고 새누리당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속히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1당, 집권여당이기에 이번 의혹이 일부만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국민적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예에서 보듯 비례대표 순위결정 과정의 조직적 부정선거도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보인 태도가 더욱 여론의 몰매를 부추겼음을 참고할 만하다.
선관위를 거쳐 제기된 이번 의혹의 세부내용은 아직 불분명하다. 현기환 전 의원이 받은 3억원이 당 조직에 공적으로 흘러 들어간 '공천헌금'인지, 그저 개인 주머니를 채우는 데 그쳤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기초적 궁금증부터 낱낱이 밝히는 검찰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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