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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마을공동체, 서울 갈곡마을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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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마을공동체, 서울 갈곡마을 가 보니

입력
2012.08.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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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냄새나는 쓰레기와 깨진 유리병 조각이 나뒹굴던 재활용품 집하장은 ‘동네 아줌마’들의 힘으로 말끔한 놀이터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동네 어귀의 ‘흉물 공터’에 쓰레기 대신 미끄럼틀과 시소가 생기자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동네 어르신들도 즐겨찾는 휴식 공간이 됐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아줌마들은 놀이터 공원에서 영화를 상영했고, 벼룩시장과 마을 잔치를 열었다. 놀이터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돼 주민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1동 갈곡마을 이야기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동네를 변화시킨 갈곡마을은 서울연구원의 ‘마을공동체 복원을 통한 주민자치 실현방안’ 보고서에서 마을공동체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준 아줌마 10명의 힘

2일 서울 은평구 갈현1동 주민센터 옆에 있는 갈곡리 놀이터 공원. 폭염경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였지만 동네 어르신들이 그늘 아래 벤치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황모(70) 할머니는 “놀이터에 와보면 항상 누군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 때문에 시간이 나면 놀이터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은 12년전만 해도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던 ‘기피 시설’이었다. 본래 놀이터였으나 재활용품 집하장으로 활용되면서 아이들이 놀 공간이 사라졌던 것이다. 인근 주민들이 동사무소와 구청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때 학부모가 중심이 된 아줌마 10명이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자. 우리 힘으로 해보자”며 ‘갈곡리를 사랑하는 주민 모임’을 만들어 서명운동과 모금활동을 벌였다. 2001년 어렵게 재활용품 집하장 철거가 결정되자 아줌마들은 놀이터 공원화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

당시 놀이터 조성사업에 직접 참여했던 최순옥 은평시민회 대표는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아이들의 타일 벽화 작품을 만들어 놀이터 벽을 꾸몄다. 여름에는 놀이터에서 영화를 틀고, 먹거리 장터도 열었더니 주민들이 놀이터를 거점 공간으로 인식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활용 ‘녹색가게’로 이어진 주민참여 활동

놀이터 공원 옆 주민센터 건물에는 동네 주부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녹색가게’가 들어서 있다. 이 곳에선 의류, 신발, 가방, 가전제품, 도서 등 각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주민들로부터 기부 받아 교환하고 판매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저소득가정 생활비 지원, 중고교 입학생들의 교복 구입 지원 등 이웃돕기에 사용된다.

녹색가게 운영에는 23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놀이터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부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어머니들이다.

아줌마들의 적극적인 참여활동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방과후 사업으로 시작된 ‘열린학교’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청소년 자원봉사단체인 ‘더불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최순옥 대표는 “놀이터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아이들의 일상적인 접촉이 이뤄진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건강하고 따뜻한 눈들이 많아서인지 이 곳 아이들은 비뚤어지지 않고 바르게 성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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