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의 책임자 처벌과 탈원전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막아오던 일본 정부가 변화하고 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 같던 원전 반대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데 따른 것이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지검과 도쿄지검은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직후 주민 1,324명이 제출한 집단 고소ㆍ고발장을 정식 접수, 수사에 나섰다. 대상은 가쓰마타 쓰네히사 도쿄전력 전 회장 등 사고 당시 경영진 및 회사관계자 15명과 데라사카 노부아키 전 원자력안전보안원 원장 등 정부 관계자 18명 등이다. 주민들은 이들이 안전대책을 소홀히 하고 방사성 물질 오염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폭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지 17개월 만에 뒤늦게 수사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지난달 발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은 원전사고 이후 지속되던 탈원전 시위가 6월 오이원전 재가동을 계기로 세력을 확대하는 등 원전 반대를 외치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자 검찰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일본항공의 점보기 추락사고(1985년), JR서일본철도 탈선사고(2005년) 등과 관련한 정부 및 회사관계자에 대한 재판에서 모두 불기소나 무죄판결이 내려진 적이 있어 이번 사고에서도 책임자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2009년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이들을 강제 기소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탈원전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일본 정부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변화의 일면이다. 2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 총리 관저앞에서 항의시위를 주도하는 '수도권반원전연합' 대표단과 만날 의향을 전달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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