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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속 '똑똑한 소비'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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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속 '똑똑한 소비'가 뜬다

입력
2012.08.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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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모(42)씨는 대화면 LED TV를 최근 구입했다. 그가 우선 가까운 양판점에 가 원하는 크기와 화질의 모델부터 둘러봤다. 하지만 TV를 산 곳은 다른 곳이었다. 양판점에선 실물만 확인했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해당모델의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했다. 오프라인에서 둘러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한 덕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20만원이나 절약할 수 있었다.

13개월 아기를 둔 주부 김모(32)씨는 오픈마켓에서 기저귀를 살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린다. 똑 같은 브랜드의 기저귀 1박스라고 해도 50개 들이, 60개 들이, 75개 들이 등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1개당 가격을 일일이 계산해 보는 것이다. 가격 비교사이트를 거쳐 할인을 받는 것이 저렴한지, 오픈마켓의 자체 포인트 적립 제도를 활용해 적립을 받는 것이 나은지까지 계산해 비교해 보고 구입한다.

골 깊은 불황이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가격에 대한 민감성이 극도로 커지면서, 과거에는 없던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불황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들의 구매행태 변화는 유통구조의 틀까지 흔들어놓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크로스오버 쇼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새로운 소비행태를 말한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및 광역시 소비자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2%가 하나의 상품을 구매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이용하는 이른바 '크로스오버 쇼핑'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질과 사이즈 등을 눈으로 확인하고 가격은 저렴한 온라인몰을 활용하는 식이다. 상의 관계자는 "과거엔 백화점(오프라인)에만 가거나 아니면 인터넷쇼핑몰(온라인)만 이용하는 패턴이었는데 요즘은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한가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하는 소비행태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여성들의 경우 백화점에선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눈으로만 확인한 뒤 온라인쇼핑몰을 뒤지거나 동대문 패션매장 등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백화점 여성의류매출이 부진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특정장소, 특정시간 대에 할인 판매하는 타임세일도 이젠 단순한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소비행태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타임세일 정보가 확산되면서 빕스, KFC, 버거킹 등 외식업체들이 특히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몰에서도 타임세일 마케팅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롯데마트의 온라인몰인 롯데마트몰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한 시간씩 몇몇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해피타임 세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정보를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넣으면서 매출이 1.5~2배 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중고의 부활'도 눈 여겨 볼 대목. 올 들어 온라인몰에서 중고제품 매출은 대부분 두 자릿수 비율로 상승했고, 종로 신촌 분당 등에 문을 연 알라딘의 중고서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고품 자체도 '낡고 오래된 것'이미지를 깨고 에스크로 제도, 제품감정시스템 등을 통해 품질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어, 그 시장은 휴대폰 가전기구는 물론 운동기구, 유아용품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최우선시하는 새로운 소비패턴을 기업들도 더 이상 일시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종전 유통구조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며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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