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인 8월은 패션계가 가을, 겨울을 분주히 준비하는 시기다. 올해도 어김 없이 긴소매 상의에 재킷까지 차려 입은 광고 모델 이미지가 우수수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데 영 눈길이 안 간다. 연일 계속되는 유난스러운 폭염 때문이다.
계절을 불문하고 패션에서 여성은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여름의 경우도 민소매 상의와 치마, 또는 원피스를 적절히 잘 골라 입으면 시원하면서도 격식을 갖출 수 있다.
문제는 사시사철 한 벌 정장에서 벗어나기 힘든 남성의 스타일. 기껏 한여름의 선택이라고 해 봐야 반팔 드레스 셔츠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에너지 절감을 위해 시원한 옷차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남성들도 좀더 과감하게 다양한 여름 패션을 시도해 볼 만하다. 그 중 가장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옷차림이 '도심 속 리조트 패션'. 마치 휴양지에 간 것처럼 시원하게 입으면서 고급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세련된 격식까지 갖춘 패션이다.
막바지 여름 나기를 위해 우선 화사한 색상에 도전해 보자.
빨강, 노랑, 초록 등 원색은 지난 봄부터 이어지고 있는 올해 패션계의 주요 테마 중 하나다. 최근에는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복 패션쇼에서도 다채로운 원색 의상이 등장하는 추세다. 원색은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시원해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있다. 흰색, 베이지, 회색 등 무채색 티셔츠에 파랑, 초록 등 원색 바지를 같이 입는 것만으로도 개성 있는 여름 옷차림이 될 수 있다.
사무실 분위기가 다소 엄숙한 편이라면 티셔츠 대신 칼라가 있는 피케 티셔츠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인 만큼 바지는 흡습, 통기성이 좋은 면바지 치노 팬츠를 권할 만하다. 신발은 끈이 없어 미끄러지듯 한 번에 신을 수 있다 해서 '슬립 온(slip-on)'이라 불리는 천 소재의 신발과 로퍼가 어울린다. 맨발로 신는 게 발목을 조이지 않아 시원해 보이지만 꼭 양말을 신어야 한다면 줄무늬나 물방울 무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감각 있어 보인다.
해군 복장에서 유래했다고 해서 마린룩으로 불리는 줄무늬 패션은 청량감 있는 색상과 바다가 연상되는 특유의 이미지 덕분에 여름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사랑 받아 왔다. 흰색과 짙은 남색이 교대로 배열된 스트라이프는 보는 것만으로도 맑고 경쾌한 느낌이 들게 한다.
바지는 흰색이나 남색을 선택하는 게 잘 어울리지만 흰색이 부담스럽다면 베이지색 치노 팬츠도 괜찮은 선택이다. 여기에 큼지막한 가방과 선글라스 등의 액세서리를 함께 갖추면 도심에서도 무리 없이 어울리는 리조트 패션이 된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재킷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면 양복 재킷 대신 흡습성이 좋은 면 소재 재킷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소재만 달리 해도 획일적인 직장인 패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한 벌 정장이 아닌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재킷과 바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개성 표출이 가능하다.
여름 재킷 색상은 베이지, 회색, 하늘색, 남색 등이 기본이다. 바지는 비슷한 계열 색상으로 맞추는 게 무난하다. 하늘색 바지를 입었다면 재킷은 푸른 빛이 도는 회색 재킷을 입는 식이다. 벨트와 신발 등 액세서리 색상 선택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장 기본적인 검정색 아이템을 활용해 통일감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원한 소재의 재킷을 선택했지만 그래도 연일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는 견디기 어렵다. 직장 내 옷차림 허용 범위가 비교적 넓은 편이라면 무릎 위까지 오는 반바지인 버뮤다팬츠에 과감히 도전해 봐도 좋겠다. 남성용 반바지는 언뜻 후줄근한 아이템으로 단정 짓기 쉽지만, 실은 어떻게 입느냐에 달린 것이다. 버뮤다팬츠는 캐주얼 스타일은 물론 정장 재킷과도 잘 어울린다.
버뮤다팬츠를 사무실에서도 어울리는 차림으로 연출하려면 지나치게 정장의 느낌이 나는 재킷보다는 캐주얼한 상의를 선택하는 게 좋다. 바지는 통이 좁고 몸의 라인에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긴장감이 생기기 때문에 사무실 옷차림에 잘 맞는다. 버뮤다팬츠는 길이가 짧아도 의외로 셔츠, 카디건 등 기본 패션 아이템과의 궁합이 좋다. 직장 내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라면 다소 튀는 색상의 버뮤다 팬츠를 흰색 셔츠와 같이 입는 믹스매치(mix-matchㆍ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대조적 이미지를 섞는 패션 스타일)도 시도해 볼 만하다.
다만 이 때 광택이 나는 실크 소재 셔츠는 가급적 피하고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은 면 소재의 적당히 몸에 붙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슴 부위에 주머니가 있는 티셔츠와 버뮤다팬츠를 같이 입으면 좀 더 트렌디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버뮤다팬츠를 사무실 옷차림으로 소화하려면 신발 선택이 중요하다. 앞코가 둥글고 발등에 작은 끈 조임이 있는 게 특징인 옥스퍼드화가 가장 무난하다. 앞코가 날렵한 디자인보다는 둥근 스타일이 잘 어울리고 캐주얼한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끈이 있는 스트랩 슈즈를 선택하는 게 좋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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