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최모(37)씨는 2006년 11월 일본 돈 3,800만엔을 빌렸다. 병원을 차리기 위해서는 3억원의 자금이 부족했는데, 은행 직원과 지인들이 "엔화로 빌리면 대출금리가 연 2%에 불과하다"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11월 이후 최씨의 삶은 하루하루가 악몽이 됐다. 2006년 100엔당 800원에 머물렀던 원ㆍ엔 환율이 1,500원대 후반까지 치솟는 바람에 한화 기준 대출원금이 6억원까지 육박했다. 부모와 지인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 모아 1억원을 갚았으나, 엔화 대출원금은 여전히 4억원에 달하고 있다. 최씨는 "원금 상환을 위해 무리하게 끌어 쓴 자금 때문에 월 이자만 600만원이 넘는다"며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도 갚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잠시 주춤했던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서 엔화 대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금 및 이자에 대한 부담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3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엔화가 7월부터 강세로 돌아서면서 달러당 78엔대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ㆍ엔 환율도 100엔당 1,442.60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올해 최저점인 3월16일(1,344.39원)보다 7% 이상 높아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되는 등 현재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엔고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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