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멈춰 버린 1초'의 희생양인 펜싱 신아람(26·계룡시청)과 유도 조준호(24·한국마사회) 등 잇따른 오심에다 국제펜싱연맹(FIE)의 '꼼수 특별상' 급조, 배드민턴의 '져주기' 등으로 얼룩지자 2012 런던올림픽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펜싱연맹(FIE)이 1일(이하 한국시간) 여자 펜싱 에페 준결승에서 명백한 오심으로 메달을 도둑 맞은 신아람에게 '스포츠맨십을 기리는 상'이라며 특별상을 서둘러 만들어 주기로 하며 책임 회피에 나섰다. FIE가 있지도 않은 '위로 메달'을 만든 건 결국 오심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네티즌들은 "사탕을 주면서 아이를 달래는 식"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앞서 신아람은 31일 여자 펜싱 에페 준결승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판정으로 펑펑 눈물을 쏟아야 했다. 신아람은 하이데만과 5-5로 팽팽히 맞선 연장 종료 1초 전 찌르기 공격을 허용했다. 그런데 하이데만이 네 차례 공격하는 동안 시계가 멈춰 있었다. 신아람은 연장전 우선권을 확보하고 있던 터라 1초만 더 버텼다면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또한, 여자 배드민턴 복식 조별 리그에서 손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져주는 경기가 잇따라 한국(4명)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3개국 8명의 선수 전원이 실격되는 올림픽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여자 배드민턴 복식 세계 최강의 왕샤올리-위양(중국ㆍ세계랭킹 1위)조는 1일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정경은(KGC인삼공사)-김하나(삼성전기ㆍ세계랭킹 1위)조와 조별리그 A조 3차전 경기에서 4강 진출 시 D조 2위가 유력한 자국의 자오윈레이-톈칭 조(세계랭킹 2위)와 대결을 피하기 위해 성의 없는 플레이로 일부러 0-2로 패배했다.
우스꽝스러운 촌극은 조별리그 C조에서 한국의 하정은(대교눈높이)-김민정(전북은행) 조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인도네시아) 조와의 대결에서도 이어졌다. 한국팀이 세계 최강인 중국팀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 져주려다 인도네시아 측의 거센 항의로 포기하고 승리를 거뒀다.
파이산 랑시키트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부회장은 "(고의 패배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이들 선수가 경기에 이기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스포츠에 대한 모욕이자 해악"이라고 보도했다. 네티즌들도 "이번 런던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이 실종된 '먹통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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