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1초' 여자 펜싱 신아람의 명백한 오심과 유도 조준호 판정에 대처하는 한국 스포츠 외교력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 스포츠 수장이 "조준호 판정은 오심이 아니라 오심 정정", "국제펜싱연맹의 사과 받았으니 신아람 특별상 수용" 등의 미적지근한 발언을 해 국민 분노의 불을 붙이는 격이 됐다.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은 1일 새벽(한국시간) 런던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오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국민을 자극하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라며 "박태환 오심과 조준호 오심은 명백히 경우가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박태환 오심은 한국 선수단이 재빠른 이의신청과 2차 항소 끝에 올림픽 수영 사상 처음으로 판정번복을 이끌어 냈다"며 "하지만 조준호의 경우 오심이 아니라 '오심 정정'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당초 조준호에게 3-0 전원일치 판정승을 내렸던 심판들이 오히려 잘못된 판정을 내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어 자신이 1995년부터 12년간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을 지낸 점을 상기시키면서 "유도 경기의 심판 수준은 세계적으로 편차가 커 심판위원장의 권한으로 판정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이는 내가 IJF 회장으로 있을 때 만든 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게다가 박 회장은 "국제펜싱연맹이 신아람의 스포츠맨 정신을 높이 평가해 특별상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국제펜싱연맹으로부터 이번 판정이 잘못됐다는 말을 들었고 사과를 받았으니 특별상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한국 선수단 내부에서조차 "대체 어느 나라 체육회장이냐"는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선수는 "박 회장이 먼저 상처받은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거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했다. 경기연맹 관계자도 "박 회장의 발언은 스포츠 외교전문인력 부재로 생긴 '오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체육회가 산하 단체별로 오심 대응 매뉴얼을 준비하도록 하는 등 올림픽에 준비를 많이 했지만 '잇단 오심으로 빛이 바랬다'라는 평가에 변명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일본은 일찍이 1960년대부터 국제심판 등 풀뿌리 스포츠 인력 양성에 주력한 덕분에 체육회장이 굳이 나서지 않았어도 유도와 남자체조단체전에서 판정 번복을 이끌어 내 메달을 딴 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