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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헉헉헉… 더위 먹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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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헉헉헉… 더위 먹은 대한민국

입력
2012.08.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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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찜통에 잠긴 하루였다. 전국 곳곳에서 기세를 더해가는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비명소리가 높아졌다. 전국의 농ㆍ수ㆍ축산가는 초비상이 걸렸다.

북적여야 할 시장 손님 '뚝'

냉방시설이 있는 실내는 북적이고, 녹아 내릴 듯한 거리는 한산했다. 이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2,500여 개의 정육점포가 있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시장은 최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5년째 정육점을 운영해온 김순오(52)씨는 "여름이면 다른 계절보다 손님이 뜸하긴 하지만 이번 여름은 유독 손님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박성규(48) 마장축산시장 총무과장은 "산지에서 들여온 고기들을 빠른 시간 안에 유통시켜야 신선도가 유지된다"며 "폭염이 지속되니 여름장사는 아예 접고 가을장사를 대비해 고기를 냉동 보관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년 내내 붐비는 인사동 거리도 이날은 예외였다. 기념품 가게를 하는 윤모(40)씨는 "보통 하루 평균 손님이 300~400명 정도인데 오늘은 4분의 1로 확 줄었다"고 푸념했다.

반면 동대문구 경동시장 사정은 정반대다. 여름 보양식에 들어가거나 몸 보신에 좋은 약재를 사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 김복우(64)씨는 "황기, 인삼 등 삼계탕에 넣는 약재 주문이 가장 많다"며 "초복에서 말복으로 이어지는 한여름이 바쁘긴 하지만 올해는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무더위 최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폭염에 두 손을 들었다.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스웨덴인 게마틴 크누젠(25)씨는 "스웨덴은 여름에도 온도가 25~27도고, 30도가 넘는 날은 1년 중 많아야 하루 정도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더운 날씨"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주 미국에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나탈리 넘보(23)씨도 "지금 살고 있는 네바다 주는 여름 평균 기온이 약 38도지만 건조해서 한국보다 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너무 더워서 바깥보다는 실내 관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는 '비상', 고속도로는 피서차량으로 '몸살'

불볕더위가 계속되면 벼 도열병, 과채류 상품성 저하, 가축 번식 장애, 적조 확대, 양식장 대량 폐사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농ㆍ수ㆍ축산가는 전전긍긍했다. 특히 한우와 닭은 30도, 젖소와 돼지는 27도가 넘으면 폐사 위기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전국적으로 경기, 충청, 전남 등의 양계농가에서 닭이 하루 50~100마리 이상씩 집단 폐사하는 사례가 잇달았다. 전국의 축산농가들은 축사나 양계장에 선풍기를 밤낮없이 돌리고 수시로 물을 뿌려주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고속도로는 숨쉴 틈이 없었다. 피서를 떠나는 차량들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등 바닷가로 이어지는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는 막히고 또 막혔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가철 피크라 아침부터 서울을 빠져 나가는 차량이 많아 정체가 심하다"고 말했다.

폭염에 탈수증 비상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이 너무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 땀을 계속 내고,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실신하게 된다.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몸은 탈수증에 빠진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는 "몸무게의 1% 정도 수분이 줄면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5~6% 줄면 체온조절이 제대로 안돼 맥박이 빨라지고, 8% 줄면 현기증이 생기며, 11% 줄면 열사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김현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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