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달 31일 2012년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자 국방부와 외교통상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형태의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외교통상부도 조태영 대변인 명의로 "일본의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두 문장 다섯 줄짜리 성명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부의 성명에서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난해 성명을 베낀 '복사판 성명'이었기 때문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일제피해자 단체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국방부와 외교부는 지난해 성명과 똑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방부가 발표한 성명은 2011년 성명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국방부'란 말로 시작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다'라는 표현으로 마무리되는 세 문장 분량의 성명 내용이 똑같다. 이에 기자들이 "성명이 지난해와 똑같다"고 문제를 지적하자 국방부 측은 "일본은 주장을 시정할 것과 방위백서에 독도 관련 내용을 삭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외교부의 성명 역시 지난해와 대동소이했다. 지난해 성명에서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는 표현이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식으로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비록 일본이 매년 똑같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심혈을 기울여서 새로운 성명을 발표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일본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면 독도를 국제분쟁 지역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를 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같은 성명을 반복하는 것은 '무관심'과 '무성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람의 글과 말 하나하나에는 의지와 열정, 혼이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정부 부처 성명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외교안보 현안에서 더 이상 복사판 성명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사정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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