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곳간이 텅 비었다. 이달 안에 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IMF)ㆍ유럽연합(EU)등 트로이카로부터 구제금융을 추가로 받지 못하면 정부 기능이 마비될 처지다. 20일이 만기인 ECB 채권 상환도 고비다.
크리스토스 스타이코라스 그리스 재무부 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영 NET방송에서 "국고의 현금 보유분이 제로 상태에 가깝다"며 "예산 집행과 지출, 세입 등에 따라 국고가 언제 바닥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ECB로부터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국고가 고갈되면 경찰관 등 공무원에 임금과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사회복지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어 사실상 국정 운영이 마비된다.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대학을 폐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그리스 의회는 12개 대학을 폐교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31일 마련했다. 코스타스 아르바니토폴루스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인구가 700만명인 이스라엘에는 대학이 7, 8개인데 인구가 1,100만명 정도되는 그리스에는 대학이 40여개"라며 "국가 경제의 필요에 맞춰 폐교를 추진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관행적인 뇌물인 파켈라키도 재정위기 때문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봉투를 뜻하는 파켈라키는 그리스의 부패 문화를 상징하는데 공공부문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레안드로스 라킨치스는 31일 연례보고서를 발표한 뒤 "부패 그 자체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경제위기 때문에 파켈라키의 가격이 하락했다"고 언론에 말했다. 라킨치스는 그리스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공무원들이 자신의 몸값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신민당과 사회당, 민주좌파 등 3당으로 꾸려진 그리스 연정은 1일부터 향후 2년간 115억유로 규모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트로이카 실사단은 실사 결과를 살펴보고 추가 지원분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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