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 기자 앨리스테어 쿠크는 58년간 '미국에서 온 편지'라는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해 유명세를 탔다. 2004년 은퇴해 한달 만에 숨진 그는 엽기적인 사건에 휘말려 더 유명해졌다. 뉴욕의 범죄조직이 영안실에서 그의 넓적다리뼈를 적출해 7,000달러에 병원에 넘긴 사실이 밝혀졌다. 쿠크의 뼈는 치과용 임플란트로 둔갑했는데, 뒤늦게 골수암에 걸린 사실이 드러나 이식 환자들이 공포에 떠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 장기를 제외한 뼈와 인대, 피부, 혈관 등을 의미하는 인체조직은 활용범위가 넓다. 이긴 뼛가루는 잇몸 수술에 쓰이고, 피부는 화상환자에게 이식된다. 성형수술과 음경확대술에도 인체조직이 쓰인다. 물론 시신에서 떼어낸 것들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고가에 거래된다. 미국의 시신 브로커 실태를 폭로한 <시신을 부위별로 팝니다> (2006년)에는 '머리 550~900달러, 손목 350~850달러, 무릎 450~650달러, 내장 제거한 몸통 1,100~1,290달러' 등 부위별 조견표가 실려있다. 시신을>
■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최근 인체조직 불법유통 실태를 고발했다. 동구권 국가의 시신에서 불법으로 떼어낸 피부나 뼈, 힘줄 등이 미국 등지에서 가공된 뒤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인체조직은 이식 후 간염이나 에이즈 바이러스(HIV) 등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2002년 이후 1,352건의 감염 사례가 파악됐고, 이 중 40명이 사망했다.
■ 미용 성형수술 시장이 급팽창한 한국은 주요 수입국이다. 필요한 인체조직의 85%를 미국 독일 등지에서 수입한다. 장기처럼 인체조직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인구 100만명당 기증자 수는 3.3명으로 기증 선진국인 스페인(58.5명), 미국(13.3명)에 비해 턱없이 낮다. 얼마 전 탤런트 최수종 하희라 부부의 인체조직 기증 서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급증해 다행이다. 인체조직 기증은 장애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위한 최고의 헌신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