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암유치원과 충암초·중·고를 운영하는 사학재단 충암학원의 전 이사장은 2000년 난방공사비 3억원을 횡령해 형사 고발당했다. 학교법인 소유 에쿠스 차량을 학교 예산 800만원을 들여 고친 후 이사회 결의 없이 행정실장인 아들에게 공짜로 주기도 했다. 수원여대 이사장은 교내 입점 업체가 낸 4억원을 무단으로 법인회계에 편입(횡령)하고, 그의 장남인 기획조정실장은 물품 납품 업체로부터 뇌물 1억6,000만원을 받아 불구속 입건됐다. 기획조정실장은 뇌물죄와 횡령죄로 사법 처리됐지만 수원여대는 최근 그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처럼 사학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원흉으로 사립학교의 친인척 독점체제가 지목되고 있다. 전국교원노동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진후(통합진보당)ㆍ유기홍(민주통합당) 의원실은 1일 '사립학교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사립학교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밝혔다.
토론 참가자들은 2007년 개정 사립학교법이 친인척을 학교장으로 임명할 수 있고, 이사장이 다른 법인 이사장·학교장을 겸직할 수 있도록 사실상 개악되면서 비리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노년환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사학은 그들만의 왕국"이라며 "비리가 발생해도 견제하거나 고발할 인물이 없어 비리가 확산된다"고 주장했다.
2010년 기준으로 서울 120여 개 초중등 사학법인 중 이사장의 6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는 학교는 83개교(69.2%) 163명으로 학교당 2명이 넘었고, 2011년 사립 중고교 교직원 중 이사장의 친인척은 725명, 학교장은 159명이다. 송곡여중·고, 송곡대 등에는 송곡학원 이사장의 배우자, 아들, 딸, 며느리 등 친인척 15명이 총장ㆍ교장ㆍ행정실장 ㆍ교수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노년환 위원장은 ▦이사장ㆍ이사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 임명 제한 ▦이사·학교장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회계직원 임명 제한 ▦법인회계직원의 학교회계직원의 겸직 금지 등을 사학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병춘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사학법을 개정해 비리 발생시 이사ㆍ감사에게 연대 책임을 지우고, 학교장 임면에 대한 이사장의 절대적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에 학교장 추천권이나 심사권을 보장하고,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감사관은 또 사립학교 이사회에 관할 교육청이 일정 수의 이사ㆍ감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모(48) 교사는 "아이들의 배움터인 교육기관에 대한 법적용이 더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학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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