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섬뜩한 대남 협박을 하고 나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그제 성명을 통해 이른바'김일성 동상 파괴미수 사건'과 관련해 한미 당국이 사죄와 주모자 처벌을 하지 않으면 "가담한 범죄자들에 대한 처단을 비롯한 상응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성명은'처단 대상자'로 북한 민주화 운동가 김영환씨와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등을 지목했다.
탈북자 출신인 전영철씨는 지난달 19일 평양 인민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한 내 탈북자 단체와 남북 정부기관, 미국의 사주로 국경지역의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다 체포됐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탈북자 단체들과 연계된 김일성 동상 훼손 사건이 여러 번 있었던 만큼 전씨가 말한 김일성 동상파괴 시도는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전씨의 기자회견 배경이 석연치 않고 전후 맥락에 허점이 많아 북측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전씨를 사주했다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도 김일성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동까모)' 존재는 인정했으나 행동으로 옮긴 단계는 아니며 전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보당국이나 미국이 직접 개입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통일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내부 단속 강화와 대남ㆍ대미 공세용으로 사건을 과장ㆍ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탈북자들이 중심이 된 반북 활동이 아직 안정단계 진입하지 못한 김정은 체제에 큰 위협이라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일부 탈북자 단체의 활동을 빌미 삼아 가담자 직접 처단 등의 협박을 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 안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 공개 등 일련의 파격적 조치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희석되고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런던올림픽에서의 선전도 북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도진 섬뜩한 대남 협박 버릇은 그런 기대가 무망한 게 아니냐는 절망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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