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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최소한의 사랑'낸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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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최소한의 사랑'낸 전경린

입력
2012.08.0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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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 장편 <황진이> 등 사랑이 만드는 미묘한 인간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가 전경린(50)이 신작 <최소한의 사랑> (웅진지식하우스 발행)을 냈다. 얼핏 제목만 봐서 연애소설을 짐작하게 되지만, 신작은 '사랑'보다 '최소한'에 방점이 찍혀있다. 중학생 딸을 둔 기간제 미술교사 희수가 의붓동생 유란을 찾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인간 사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와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한때 살았던 경기도 파주와 베를린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작품에서 파주는 유란이 살던 북쪽 도시로, 베를린장벽이 철거된 공간은 반짇고리 파는 할머니로 형상화됐다. 전씨는 "접경지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90년대 베를린장벽 붕괴, 94년 김일성 사망소식을 접하며 그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일과 우리나라의 접경지대처럼) 해결되지 않은 공간, 소외된 지역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인간 개개인에게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있고, 그것이 자기소외를 만들기도 하죠. 이런 정서를 희수라는 개인의 이야기와 겹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희수는 타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사는 인물이다. 2년째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편은 단추 하나가 떨어진 와이셔츠를 매일 입고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은 희수에게 단추를 달아 달라고 하지만 희수는 단추를 꿰맬 용기도 없고, 남편과 관계를 정리하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죽어가는 새엄마가 자신의 딸 유란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유란은 어린 시절 새엄마가 데려온 의붓동생으로, 희수는 오빠와 함께 숨바꼭질 하는 척하며 그를 유기했다. 경찰이 실종된 유란을 찾지만, 이후 아이는 외할머니댁에서 지내며 희수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어긋난 가족의 모습은 단추 떨어진 옷처럼 어설프다. 작가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 삼아야 할 가족의 불안을 떨어진 단추에 비유하며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지 못해 세상엔 이토록 많은 고통과 상처가 난마처럼 얽히는 것'(365쪽)이라고 말한다.

"희수는 유란을 유기하면서 자기자신도 상실했죠. 그렇게 무감각하게 살다가 유란을 찾으며 자기소외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북쪽 도시 여정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여성 오딧세이죠."

희수는 유란의 흔적을 찾아 북쪽의 소도시에 도착하지만 유란은 이미 떠난 후였다. 소설은 파주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희수의 여정 속에서는 가상의 장소인 듯 아득하게 느껴진다.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는 반짇고리 파는 할머니 등 미스터리한 설정이 겹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작가는 이러한 환상적인 여정 속에서 희수가 잊고 지냈던 유란을 찾듯, 모두가 잊고 있던 '최소한의 것'을 찾아야 한다고 일깨운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거대한 사건, 사고를 접하고, 엄청난 기대를 하면서 살잖아요. 그런 혼란 속에서 스스로 붕괴되는 거죠. (타인에게 큰 기대를 하기 이전에)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 책임, 사랑)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이 작품을 썼습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한동주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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