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반 친구 중 하나가 핸드볼 선수였다. 국가대표를 여럿 배출할 만큼 그 역사가 깊었던 핸드볼 부에서 친구는 최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었다. 짧다 못해 밀다시피한 커트머리에 늘 트레이닝 차림이었던 친구는 보통 2교시 정도가 끝난 뒤 쉬는 시간에 드르륵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서곤 했다.
누구도 왜 이제 왔어? 라고 묻지 않았다. 다만 쟤 이제 왔구나! 라고 무심하게 쳐다볼 뿐. 키가 엇비슷했던 탓에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던 우리는 짝이었으나 별반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친구는 의자에 앉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잠들었으니까.
어떤 날은 그 자세로 6교시 후 청소 시간까지 꿈나라이기도 했으니까. 운동하는 친구들은 운동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했던 탓에 친구의 시험지가 백지여도 선생님은 꾸중하지 않았다. 다만 반 평균을 깎아먹는다고 짜증을 내셨고, 우리들은 오로지 체육 시간마다 빼어남을 자랑하는 친구의 몸놀림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곤 했었다.
우리가 헉헉거리며 겨우 운동장 두 바퀴를 돌 때 이미 다섯 바퀴를 다 돌고 여유로이 세수를 하고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던 그때 그 친구. 핸드볼 경기 때마다 체육관으로 응원을 가면 멋진 슛 감각에 반해 내 짝이야, 자랑하다가도 학교로 돌아오면 내 공부에 바빠 차라리 자라, 무심했던 나. 올림픽에서 승승장구인 여자 핸드볼 보는데 문득 그 친구 생각이 났다. 올림픽 끝나면 우생순, 또 잊을 거면서.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