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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혼자 있으면 못 견딜 것 같다"…신아람 아물지 않는 '오심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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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혼자 있으면 못 견딜 것 같다"…신아람 아물지 않는 '오심 상처'

입력
2012.08.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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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잠을 설친 탓인지 얼굴은 많이 부어 있었다.

'멈춰버린 1초'의 희생양 신아람(26ㆍ계룡시청)은 생애 최악의 '악몽'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듯 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여자 펜싱 에페 경기가 끝난 후 잠자리에 들었지만 억울함이 밀려와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올림픽 역사에 남을 오심이 발생한 지 22시간에 만에 사건의 현장인 영국 엑셀의 사우스 아레나에서 만난 신아람은 "2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고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분해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또다시 눈물을 왈칵 쏟아냈던 그였다. "어머니가 괜찮다고 위로해줬다"라고 힘없이 얘기했다. "조금 마음이 진정됐나"라는 말에 "아직 왔다 갔다 한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괜찮나"라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건네자 "혼자 있으면 정말 못 견딜 것 같다"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행히 신아람은 후배 최인정(계룡시청)과 꼭 붙어서 경기장과 숙소를 오갔다. 올림픽 선수촌에서도 그는 최인정과 함께 2인 1실의 방을 쓰며 위로를 받고 있다. 그는 "판정에 항의할 때 국민들도 함께 기다려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없이 큰 위안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31일 훈련은 하루 건너뛰었다. 하지만 선배 최병철(화성시청)의 경기를 관전하며 동료들과 함께 응원했다. 커다란 상처를 입었지만 본인의 임무에는 충실했다. 휴대폰으로 남자 펜싱 경기의 동영상까지 찍으며 꼼꼼하게 분석하는 열의를 드러냈다. 그리고 최병철이 한국 펜싱대표팀에 첫 메달을 안기자 옆에 앉은 동료들의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대표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최병철 역시 희대의 오심에 잠을 설쳤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본의 아니게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입힌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남자 플뢰레 개인전을 준비해야 했던 최병철은 후배 신아람의 오심 파동 탓에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신아람은 경기장에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및 각국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신아람에게 '만약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이라고 묻자 "심판에게 가서 타이머를 직접 누르라고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병철의 경기가 끝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4일 에페 단체전이 남아있기 때문에 마냥 힘없이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원래 기억력이 나쁜 편"이라며 애써 '악몽'을 떨쳐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곤 "내일 되면 괜찮아질 것 같다. 에페 단체전을 잘 준비해서 꼭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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