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주자들은 31일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돌입했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후보는 8월 25일부터 시작되는 지역순회 경선에 앞서 지지율 상승을 위한 새로운 전략 구상에 주력하는 한편 각종 정책을 발표하면서 치열한 정책전을 예고했다.
문재인 후보는 본경선에서 지역 방문, 정책 발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각 세우기 등 세 가지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충청 방문을 마친 뒤 2~3일 대구ㆍ경북 방문에 나선다. 선거인단 등록을 독려하는 한편 정책 개발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그는 서울 카카오톡 본사를 방문해 "보이스톡(무료통화 서비스)도 카카오톡처럼 일반화된다면 통신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망은 국가 차원의 인프라이므로 국가가 설치 비용을 부담하면 해결된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비(非)문재인' 후보들의 견제에 대해선 "정권교체를 위해 당내 경쟁보다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민주당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응할 예정이다. 박 전 위원장의 역사관 등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손학규 후보는 '4대 필승론' 설파와 '위키폴리시'(Wikipolicy) 시스템 활용을 본경선 전략의 양대 축으로 설정했다. 4대 필승론은 국정운영과 정책 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은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 중도층을 끌어들여 본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손 후보는 이날 "정권교체는 손 안에 있다"면서 '손ㆍ안 필승조합론'도 역설하고 나섰다. 자신의 안정감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참신함이 더해졌을 때 2040세대와 5060세대의 결합, 수도권과 영남권의 결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또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정책(Policy)의 합성어인 위키폴리시는 사이버 공간에서 분야별 정책에 대해 의견 개진이 이뤄지도록 해서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시골 이장 출신으로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후보는 인생 스토리뿐 아니라 조직력을 최대 자산으로 삼고 있다. 현재 16개 시도별 매머드급 현장 조직을 거의 완성했다. 김 후보 측은 "친노세력의 적자들만 모인 문재인 후보 쪽이나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후보 쪽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야권 지지층이 대부분 우리에게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세력이 캠프에 결집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31일 출범한 싱크생크의 이름도 '무지개 포럼'으로 정했다. 김 후보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2위에 오른 뒤 결선투표에서 역전 드라마를 쓰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25일부터 시작하는 제주, 울산 등 지역 경선에서 기선을 제압한 뒤 호남에서 탄력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 대척점에 선 후보란 점을 적극 부각시킬 계획이다.
정세균 후보는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경제통으로서 정책 능력을 재확인시키고 당내 조직력을 바탕으로 본경선에서 이변을 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후보는 이날 정동 성공회성당 6월 민주항쟁 진원지 기념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민주화 실현과 경제안보 시스템 구축, 경제적 통일 실현 등 3대 과제를 골자로 하는 '대한민국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개헌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부 유출 방지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안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남북한 공존공영을 위한 경제적 통일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후보는 같은 호남 출신으로 지역 기반이 겹치는 박준영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 측은 단일화를 성사시킬 경우 '호남 대표 주자'로서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박준영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규합해 상승세를 지속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참여정부 책임론', '호남 홀대론' 등을 제기하면서 옛 민주계 지지층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임하면서 문재인 김두관 후보를 겨냥해 친노 진영과 각을 세우는 전략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 측은 컷오프 직후 호남 출신인 정세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선 "호남 후보들이 힘을 모아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 공감했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일단 박 후보는 지역 순회 경선이 시작하는 25일까지 여수 엑스포 등 도정을 챙기며 본선 준비를 병행할 예정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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