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비자들은 글로벌 브랜드 의류에서 '친환경 점수'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의류업체들이 만든 단체 '지속 가능한 의류 연합(SAC)'은 최근 의류의 환경보전성 정도를 나타내는 힉스지수(Higgs index) 초안을 발표했다. 힉스지수는 의류 제품의 소재 생산부터 가공, 포장, 유통, 소비 후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한 것이다.
이 지수를 만든 SAC에는 듀폰, 나이키, 아디다스, H&M, 자라, 갭, 리바이스 등 글로벌 섬유ㆍ의류업체와 월마트 등 유통업체까지 참여하고 있다. 힉스지수 활용업체들이 세계 의류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분의 1에 달한다.
힉스지수 산정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물 세탁 보다 찬물 세탁을 권장하는 업체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소재별로 따지면 화학섬유 스판덱스는 화학물질과 전력 사용 등 때문에 최하위인 13.7점을 받았고, 천연고무는 최상위인 42.1점, 오리털은 38.2점으로 채점된다. 또 화학섬유 폴리프로필렌이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적게 소비해 뜻밖에 36.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데 반면 울 소재는 화학물질을 많이 소비해 19.3점에 그쳤다.
일부 업체는 힉스지수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 나이키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국가대표 유니폼과 2012 런던올림픽의 마라톤화에 힉스지수를 적용해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사용했다. 이 회사는 또 디자이너들에게 제품의 힉스지수를 높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관련 업무에 전담 인력 130여 명을 투입했다.
SAC는 제품별 권장 지수를 언제 소비자에게 공개할지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양성분 등 관련 정보를 제품에 표기하는 식품업계 사례를 따르는 것이 SAC의 최종 목표다. 다만 힉스지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업체들의 자체 평가에 의존하며 제3자의 인증 과정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고 WSJ는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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