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31일 오후3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출석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돌았다.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 차례나 소환통보에 불응한 박 원내대표가 갑자기 조사를 받겠다고 알려오자 당황한 기색도 엿보였다.
검찰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2007년 가을 서울 여의도 소재 음식점에서 임석(50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 받았고, 2008년 3월에는 지역구인 전남 목포시 소재 호텔에서 2,000만원을 추가로 수수했다. 2010년 6월에는 오문철(59ㆍ구속기소)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검찰 관계자에게 부탁해 수원지검에서 진행 중인 보해저축은행 사건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 달라', '금융감독원에서 진행 중인 보해저축은행 검사가 선처되도록 부탁해 달라'는 취지와 함께 3,000만원을 받았다고 체포동의요구서에 적시됐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금품을 전액 현금으로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공여자 진술을 확보했더라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보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조사에서 "임석 회장 등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박 원내대표 측은 "기업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때문에 옥살이를 했는데, 출소하자마자 돈을 받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기업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가 2007년 2월 특별사면 됐으며 같은 해 12월 복권됐다. 이에 따라 수사 성패는 검찰이 금품수수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증거를 얼마나 많이 제시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수사한 것 치고는 8,000만원이라는 액수가 너무 적다는 점에서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압박할 '히든카드'를 갖고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새누리당 이상득(77ㆍ구속기소) 전 의원과 정두언(55) 의원은 각각 7억5,000만원과 4억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주변에선 박 원내대표가 보해저축은행에서 받은 돈이 체포영장에 기재된 3,000만원 이외에 더 있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에는 체포에 필요한 최소한의 혐의만 기재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원내대표가 정치인 수사의 마지막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임석 회장이 평소 정치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데다 전방위 금품로비를 했다는 단서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임 회장이 퇴출저지 명목 등으로 거액의 금품을 뿌렸지만 정치권의 도움을 받지 못하자 배신감 때문에 불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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