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이례적인 경제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중국 국무원도 '경제의 하방 압력이 크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지방 정부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중국이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3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하반기 경제정책을 점검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밤 보도했다. 회의는 "국제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커지고 중국 경제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했다"며 "모든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앞서 30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민간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는 "국내 경제의 하방 압력이 증대하고 있다"며 "유효하고 강력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 주석과 원 총리가 잇따라 경제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세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쓸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셰쉬런(謝旭人) 재정부 부장(장관)도 최근 적극적인 재정을 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중국은 수출 감소 및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용인하고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물가가 안정된 점도 부양책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방정부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정부는 공항과 지하철 등 195개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8,290억위안(14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이저우(貴州)성은 한술 더 떠 무려 3조위안(531조원)을 투자하는 생태문화여행계획을 8월 중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방정부들도 이에 버금가는 투자 계획들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두 지방정부의 투자액만도 4조위안(708조원)에 육박, 중앙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쏟은 4조위안의 부양책에 맞먹는다는데 있다. 당시 부양책이 물가 및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후유증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미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경보(新京報)도 이날 "지방판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며 "충동적 투자와 중복계획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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