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사진 활용을 허용해선 안 됩니다."(삼성전자측 변호인)
"아이폰이 소니 디자인에서 온 것이란 삼성전자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습니다."(애플측 변호인)
30일(현지시간) 오전 8시, 삼성전자와 애플의 첫 특허침해 본안소송 심리가 열린 미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 1호 법정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재판장인 루시 고 판사가 입장하자마자 양측 변호인단은 설전을 벌였다.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이번 심리는 지난해 4월 애플이 아이폰ㆍ아이패드의 디자인과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를 제소한지 1년3개월 만에 열리는 첫 본안 심리였다. 세계 9개국 50여개 법정에서 진행되는 양사간 특허전쟁의 최대 분수령이란 점에서, 이날 재판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실제로 취재진과 방청객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법원은 옆 방(2호 법정)까지 개방해 재판을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양 측의 격돌은 증거 자료의 적절성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측 변호인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사진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증거자료에서 잡스의 사진을 빼자고 요구했다. 미국의 영웅인 잡스의 사진을 보면 배심원들의 마음이 흔들려 애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 판사는 "이번 소송은 잡스의 재판이 아니다"며 삼성전자 요구를 기각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도 원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소니를 모방한 것이었음을 부각시켰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최초 아이폰 제작에 참여했던 애플의 전직 디자이너 신 니시보리를 1년여에 걸친 추적 끝에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애플은 이번 소송이 소니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재판에서 아예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고 판사는 즉각 결정을 하지 않았다.
양 측의 날선 공방이 계속되면서 이번 소송의 향방을 좌우할 배심원 선정절차도 30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예비 배심원단(74명)을 대상으로 2시간30분 가량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애플, 심지어 구글에도 근무한 적이 있는지 ▦삼성전자와 애플에 지인이 있는 지 ▦양 사의 주식은 보유하고 있는 지 ▦현재 사용 중인 휴대폰과 태블릿 PC의 브랜드는 무엇인지 ▦스티브 잡스 자서전 등 소송 당사자 관련 책을 읽었는지 ▦삼성전자나 애플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는 지 등을 예비 배심원단에게 물었다. 조금이라도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배경이나 정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배심원에서 빼겠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결국 10명의 최종 배심원(남성 7명, 여성 3명)은 무직자와 가정주부, 사회복지사, 비디오 게임 개발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됐다.
심리는 향후 4주간 진행된다. 심리가 끝나면 배심원단은 결정을 내리지만, 고 판사에겐 이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법원 주변에선 이번 재판이 워낙 최첨단 기술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제대로 된 평결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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