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불황'과 '전기요금'을 눌렀습니다.
에어컨 판매 얘깁니다. 극심한 경기침체 탓에 선풍기만 팔리고 에어컨은 통 팔리지 않았는데,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결국 에어컨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9일 전국 매장에서 총 1만4,775대의 에어컨을 판매, 하루 판매치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전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6월 19일(1만123대)보다 무려 46%나 늘어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워졌던 일일 매출 신기록도 갈아치웠습니다.
그런데 에어컨이 가장 많이 판매된 날짜가 지난해 6월 19일, 올해 7월 29일로 무려 1달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 특이합니다.
원래 에어컨은 보통 한 여름철이 오기 전인 6월말~7월초에 가장 많이 팔립니다. 작년 6월19일에 에어컨 매출이 최고기록을 세운 것도 그런 이유였죠.
하지만 올해는 에어컨 매장은 '개점휴업'상태였습니다. 전자제품 전문점은 물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의 가전 매장도 전년 대비 월 판매대수가 반토막이 난 곳이 즐비했습니다.
이유는 경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소비심리 침체가 극심했을 뿐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이 연일 보도되면서 '전기 먹는 하마'로 인식돼 있는 에어컨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다가 폭염이 시작되고 소비자들이 도저히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자, 7월말부터 에어컨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웬만한 더위라면 부채와 선풍기로 여름철을 났겠지만, 보통 8월 중순에 오는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한달 가까이 앞당겨 시작되면서 결국은 지갑을 열게 된 것이었죠.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는 온도가 아닌 습도에 좌우된다는 말이 있다. 6월은 기온은 높았지만 건조했던 반면 최근 무더위는 습기가 많아 불쾌지수가 높아 에어컨 판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어딜 가나 요즘은 알뜰구매가 대세입니다. 다 불황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에어컨 판매가 급증한 걸 보면, 이번 폭염의 위력은 불황보다도 큰 모양입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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