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이다. 박태환(23ㆍSK텔레콤)과 쑨양(21ㆍ중국)은 영원한 맞수이자 동료다.
아시아의 수영 관계자들은 "동시대에 아시아에서 두 괴물이 등장했다"고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다. 지금껏 아시아 수영의 자유형 역사상 박태환과 쑨양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탄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태환만 해도 대단한데 쑨양까지 등장했으니 아시아 수영 연맹으로서는 두 괴물이 펼치는 정정당당한 선의의 경쟁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두 스타로 인해 아시아 수영의 '황금시대'도 활짝 열리고 있다.
박태환 역시 자신과 비슷한 쑨양의 등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시대에 두 수영 천재가 아시아에서 나왔다"는 질문에 "200m와 400m에서 아시아 선수 중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이전에 없었다. 두 종목에서 모두 세계적인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쑨양의 존재는 사실 놀랍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둘은 영법뿐 아니라 뛰어난 라스트 스퍼트로 레이스 전략을 짜는 부분까지 매우 비슷하다. 김민석 경영대표팀 코치는 "둘 다 흠잡을 수 없는 영법을 구사하고 있고 또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폭발적인 라스트 스퍼트 능력까지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다"고 평가했다.
지금 박태환과 쑨양의 존재는 마치 '신의 장난' 같다. 불가사의한 현상은 200m 결선에서도 나타났다. 둘은 나란히 약속을 해도 정확하게 맞출 수 없는 100분의 1초까지 똑 같은, 믿을 수 없는 기록(1분44초93)을 작성했다. 이로 인해 시상대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박태환은 "동양인 선수가 200m에서 함께 은메달을 차지하며 시상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새롭다. 수영을 한 후 똑 같은 기록으로 시상대에 나란히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박태환이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그랜드 해켓(호주)을 롤모델로 삼으며 세계적인 수영스타로 성장했듯이 쑨양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쑨양은 자신의 롤모델인 박태환의 영법과 모든 행동들을 따라 하면서 '타도 박태환'을 외쳤다. 실제로 쑨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박태환에 대한 비디오를 수없이 반복해 보며 연구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등장할 때만 해도 별다른 특징이 없었던 쑨양은 지금은 박태환처럼 헤드셋을 쓰고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나온다. 심지어 경기 전에 팔을 크게 돌리는 동작도 박태환과 똑 같다. 박태환은 "아시안 게임 이후로 쑨양이 3분41초대의 좋은 기록을 낸 경기 비디오를 봤는데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저와 유사하게 행동을 하더라"라며 아주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롤모델로 삼아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200m 결선을 마치고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박태환이 뱉은 첫 마디는 "저 애(쑨양) 왜 저렇게 잘 해요"라는 감탄사였다. 쑨양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제 쑨양을 따돌리기 위해 더욱 숨 가쁘게 달려가야 한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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