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또 울었다.
한국 여자 펜싱 에페의 간판 신아람(26ㆍ계룡시청)이 사상 초유의 올림픽 오심에 눈물을 흘렸다. 신아람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에페 개인 준결승전에서 '멈춰진 1초 시계'의 희생양이 됐다. 승승장구하던 신아람은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준결승전에서 5-5로 맞선 채 돌입한 연장전에서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5-6으로 석패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70여분간 피스트에 주저 앉은 채 통한의 눈물을 뚝뚝 쏟아냈다.
AFP 통신은 '신아람의 멈춰진 1초 시계' 사건을 두고 올림픽의 5대 판정 논란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우리들의 진정한 챔피언'으로 신아람을 소개하며 판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준결승 경기가 시작된 오전 2시30분터 3ㆍ4위전이 재개된 4시까지 90분간의 전말을 짚어봤다.
신아람은 5-5로 맞선 채 연장전을 맞았다. 공격권이 하이데만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1분 동안 점수를 뺏기지 않으면 신아람의 승리가 결정된다. 1초를 남겨둘 때까지 신아람은 잘 버텼다. 승리가 눈 앞에 보였다. 하이데만의 3차례 공격을 잘 막아냈다. 그래도 시간은 여전히 1초로 표시됐다. 이상했지만 경기가 계속됐다. 하이데만의 칼날이 연속으로 2번 날아들었고 점수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시간은 1초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총 5번의 공격에도 1초는 흐르지 않았다.
오전 2시47분에 판정이 내려지자 한국은 즉각 이의 신청을 했다. 국제펜싱연맹(FIE)의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3시15분께 하이데만의 승리를 번복하지 않았다. 심재성 코치는 계속해서 항의했고 신아람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후 오전 4시 다시 3ㆍ4위전이 진행됐고, 리듬을 잃어버린 신아람은 쑨위제(중국)에게 11-15로 패했다. 신아람은 "내가 이긴 건데 억울하다. 억울한 판정이 많이 나온다고 들었지만 당사자가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심재성 코치는 "독일 심판과 선수도 미안하다고 하더라"라며 혀를 찼다.
'멈춰진 1초'의 오판은 3가지. 세 차례 공격을 잘 막고 2번의 연속 공격에도 1초가 흐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 코치는 "마지막 연속 공격에서 점수가 이뤄졌어도 0초가 돼야 하는 게 맞는데 시간은 여전히 1초였다"고 답답해 했다. 타임키퍼가 버저를 누르지 않았거나 오작동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에페는 두 선수가 동시에 찔러도 점수가 똑같이 기록되는 경기라 심판의 영향력이 가장 적은 종목이다. 기계로 인해 점수가 기록되는 에페 종목에서 황당한 오심 판정이 일어나자 심 코치는 "에페도 심판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가슴을 쳤다. 마지막으로 시간 계산법. 소수점의 시간이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 0.5초 내에 공격이 이뤄지면 다시 1초에서 시작하는 시간 계산법이다. 그렇지만 이번 상황은 육안으로 보더라도 마지막 연속 공격은 1초가 훨씬 지났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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