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가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고장으로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한지 사흘 만에 이번엔 경북 김천역에서 또 다시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27일 오후 3시30분쯤 부산행 KTX 133호 열차가 국내 최장 터널인 금정터널(20.3km) 안에서 1시간 20여분 동안 정지하는 바람에 승객 500여명이 더위에 시달리며 불안에 떨었다. 금정터널에서 열차가 멈춰선 것은 2010년 이후 벌써 5번째다.
사고는 핵심 장치인 보조블록(냉난방 전력공급장치) 고장 때문이었다. 사고 열차는 서울역을 출발한 지 10분 만에 보조블록이 고장 나 예비장치를 가동했으나 이마저 고장이 나면서 멈춰 섰다. 냉각장치가 고장 나면 엔진이 과열돼 열차가 멈추게 돼 있다. 출발 직후 주요 장치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운행한 탓이다. 30일 오후 11시 30분쯤에는 서울행 KTX 열차가 경북 김천역에서 작동을 멈췄다. 승객들은 20여분간 기다리다 다른 열차로 갈아탔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트리포드'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가 잇따르자 코레일 정창영 사장은 어제 종합대책을 발표, "평지 노선에 전용선을 달리는 테제베(TGV) 매뉴얼은 한국적 지형 특성이나 기후, 노선 구배, 기존선과 전용선을 운행하는 KTX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TX를 운행한 것이 2004년부터인데 8년이 넘도록 KTX 자체 매뉴얼이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더 황당하다. 개선책이 기껏해야 매뉴얼을 만들고 노후부품을 교체하겠다는 수준이니 종합대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매달 3.1건의 KTX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잦은 사고는 대형사고를 예고하는 전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2월에는 광명역 일직터널에서 탈선사고가 있었고, 올 초에는 서울 영등포역-신도림역에서는 열차가 역주행하는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고속철도 사고는 사소한 부품결함이나 조그만 고장이 원인이 되어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철도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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