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딴 은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3ㆍSK텔레콤)은 사실 자유형 200m에서 마음을 많이 비웠다. 400m에서 '실격 파동'을 겪으면서 신체 리듬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400m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 깊이 파고 들었던 탓에 지우개처럼 모두 지워버리고 200m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이 종목에서 박태환은 "아넬과 쑨양, 록티가 메달 경쟁할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뒤엎고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선물하며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박태환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쑨양(중국)과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다. 프랑스의 신예 야닉 아넬(프랑스)이 1분43초14로 터치 패드를 찍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0m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한국 남자 선수 중 최초로 하계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멀티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그 동안 여자 선수 중에는 양궁의 김수녕(1988, 1992)과 박성현(2004, 2008)이 2회 연속 2개 메달을 수확한 적이 있다.
준결선과 똑같이 3번 레인에서 역영한 박태환은 0.64초의 출발 반응 속도를 기록하며 8명 중 가장 먼저 입수했다. 첫 50m를 24초73에 끊으며 4위로 돈 그는 이후 스피드를 유지하며 2위로 치고 나갔다. 50~100m 구간에서는 33번의 스트로크(팔을 한 번 젓는 것)를 하며 피치를 올렸다. 35차례의 스트로크를 구사한 100~150m 구간에서 라이언 록티(미국)에게 조금 뒤처졌지만 라스트 스퍼트에서 2위로 올라섰다. 38번의 스트로크로 급피치를 올렸던 박태환은 175m 구간에서 록티를 잡고 2위로 치고 나가면서 그대로 레이스를 마쳤다.
박태환은 이날 200m에서 자신의 역대 3번째로 좋은 기록을 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분44초80,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1분44초85에 이은 호기록. 실격 파동을 겪으면서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정상이 아니었다는 걸 고려하면 우수한 기록이었다.
주종목인 400m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던 박태환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다. 레이스 이후 밝은 표정을 지었던 그는 "이번 200m는 저를 성원해주는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400m에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꼭 만회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비록 목표로 했던 최고 기록을 내지 못했고 메달 색깔이 금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해서 올림픽 메달을 땄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태환은 오는 3일 자유형 1,500m 예선 경기를 치른다. 박태환은 5일 결선에서 하계 올림픽 단일 대회 최초로 3개의 메달을 노리게 된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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