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위촉한 '배움터 지킴이'가 2년 동안 저학년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관할 교육청은 뒤늦게 배움터지킴이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30일 교내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창원 모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A(6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9년부터 이 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한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2학년 B(8)양 등 1~4학년 여자 어린이 9명을 55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다. A씨는 지킴이 사무실과 창고, 구석진 벤치 등 교내의 CCTV 사각지대에서 어린이들을 성추행했고 학교측에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1∼2학년 여학생들을 CCTV 사각지대로 불러내 '과자를 사 먹으라'며 1,000원을 주면서 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A씨는 C양의 자매에게만 50차례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죄행각은 최근 이 학교 1,2학년에 다니는 C양의 자매가 성추행 당한 사실을 인지한 경찰에 의해 밝혀졌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모래놀이를 하는 C양의 치마에 묻은 모래를 털어 주면서 신체 접촉이 있었는데 거부감이 없어 몹쓸 짓을 되풀이했다"고 진술했다. 군 부사관 출신인 A씨는 성범죄 전과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수사로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이 학교는 최근 A씨에 대한 배움터 지킴이 위촉을 취소했다. 관할 경남교육청은 이날 도내 753개교에 배치된 배움터 지킴이의 운영 허점 파악에 나서 '뒷북 행정'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2005년부터 시범 시행된 배움터 지킴이는 학교폭력과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전직 교사, 군인, 경찰을 위촉해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초등학교 교내에서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발생하자 대폭 확대돼 전국 초ㆍ중ㆍ고교에 배움터 지킴이 8,137명이 활동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최근 배움터 지킴이가 대드는 학생을 폭행해 해촉된 사례가 있으나 성범죄에 연루된 경우는 없었다"며 "전국 학교에 배움터 지킴이가 관련된 사건ㆍ사고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배움터 지킴이에 대해 성범죄 전력조회 대상자로 분류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키로 했다. 배움터 지킴이는 시급으로 월 80만~100만원을 받고 있지만 고용직이 아닌 자원봉사자 개념이기 때문에 학교측은 성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고 위촉하고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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