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안을 편성 중인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R&D 예산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 힘든데다 그간 관리 부실로 사업목적과 달리 엉뚱한 곳으로 많이 흘러가는 등 누수도 많았던 분야. 그런 만큼 내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정한 정부로선 R&D를 세출 구조조정 1순위로 잡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R&D의 상징성 때문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R&D 예산은 17조원으로 올해(16조원)보다 1조원 많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의 신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R&D 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에 따라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다.
그러나 내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선 세원 확충과 함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R&D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실제 R&D는 예산 투입 대비 결과물이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데다, 연구자들이 이런 점을 악용해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착복하는 등 '눈 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감사원은 2010년 말 8개 부처와 12개 R&D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15곳이 인건비 829억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R&D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과 사후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은 행정부와 국회에서 동시에 제기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가 R&D 예산이 14조9,000억원에 달하는데도 정부가 결산 현황조차 집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재정부 또한 R&D 투자에 대해 ▦기초과학ㆍ원천기술 투자 미흡 ▦공공부문 R&D 결과물 확산 미흡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연평균 R&D 예산 증가율이 10%에 육박하는데도 SCI논문 인용도(3%)나 기술료 징수액(1.3%) 등 투자 대비 결과물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기초과학 기술연구에 역량을 모으되, 연구개발 과제마다 명확한 목적과 집행절차를 수립하고 체계화된 감독시스템으로 인건비 등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R&D 예산의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국가의 미래동력인 만큼 올해(16조원)보다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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