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선수들에게 돌아온 것은 전원 실격 처리였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올림픽에서 자국 팀끼리 맞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패한 여자 배드민턴 복식 경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자 배드민턴 복식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왕샤올리-위양(중국·세계랭킹 1위)조는 1일(한국시간) 웸블리 아레나에서 정경은(KGC 인삼공사)-김하나(삼성전기·세계랭킹 8위)조와 조별리그 A조 3차전 경기를 가졌다. 왕샤올리-위양 조는 조1위로 4강 진출 시 D조 2위가 유력한 자국의 자오윈레이-톈칭 조(세계랭킹 2위)와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펼쳐 비난을 받았다.
여자복식은 4개 팀씩 A~D조까지 4개조로 나뉘어 각 조 1,2위가 8강에 진출하며 A조와 C조의 1,2위와 B조와 D조의 1, 2위가 각각 크로스 토너먼트를 통해 4강 진출팀을 결정한다.
왕샤올리-위양 조는 서비스를 잘못 넣기도 하고 정-김 조의 공격을 제대로 받지 않아 점수를 허용하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었지만 이들은 성의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며 0-2(14-21 11-21)로 완패했다. 1세트에서 최다 랠리 스트로크가 4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어이없는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이 야유를 외쳤고 보다 못한 심판이 선수들을 불러 주의를 줬지만 소용 없었다. 경기 시간은 2세트 합쳐 단 2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촌극은 다음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조별리그 C조에서 한국의 하정은(대교눈높이)-김민정(전북은행)조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인도네시아)조와의 대결에서 중국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고의 패배를 당하기 위한 경기를 펼친 것. 이는 앞서 패한 왕샤올리-위양 조를 8강에서 피하기 위해 C조 2위로 올라가기 위함이었다. 이 경기에서 주심이 블랙 카드를 꺼냈다가 철회하는 등 또 한번 소동이 벌어졌다. 앞선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이 고의로 점수를 내주는 등 황당한 경기를 했다"고 항의했던 성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중국이 먼저 시작한 것이다"고 변명하기에 바빴다. 결국 한국은 인도네시아 측이 거세게 항의하자 져주기를 포기하고 경기를 펼친 끝에 하-김 조가 2-1(18-21 21-12 21-14) 승리를 거뒀다. 결국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는 의도대로 조2위로 8강에 진출, 한국의 하정은-김민정 조와 맞붙게 됐다.
그러나 경기 후 고의로 져주기에 대한 파문이 확산됐다. 결국 BWF는 이날 오후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복식 4개조(한국 2개조, 중국, 인도네시아) 8명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어 전원 실격 처리했다. 한국 대표팀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부터 조별리그 방식으로 바뀌면서 토너먼트 대진표가 이미 결정돼 있어 일부러 대진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작전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BWF의 경기 운영 방식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즉각 이의 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의 패배' 사건에 연루된 여자복식 4개조(8명) 선수 모두 실격 처분하기로 했다"며 "이들은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네트에 꽂거나 일부러 스매싱을 멀리 보내는 불성실한 경기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중국의 '꼼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맞대응하다 여자복식조 전원 실격이라는 참사를 불렀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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